유로·엔 하락 베팅한 헤지펀드 `쾌재`…두달간 9% 수익도

유로하락, 달러강세에 베팅해 수익 올려
  • 등록 2015-03-16 오전 9:11:39

    수정 2015-03-16 오전 9:11:39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전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 우려와 그에 따른 중앙은행들의 통화부양 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헤지펀드만은 미소를 짓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금융권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엇갈린 통화정책에 갈피를 못잡는 사이 발빠른 대응과 과감한 베팅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ECB 양적완화를 앞두고 유로 하락 등에 베팅하며 올들어 이미 9%대의 수익을 올린 곳도 있다.

유로화 상승(초록색), 유로화 하락(빨란색)에 베팅한 펀드들 출처:WSJ
유로화 하락에 베팅해 큰 수익

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메인펀드인 퓨어알파펀드를 유로 하락에 베팅해 올들어 2월까지 7%의 수익을 올렸다. 회사 창립 이후 같은 기간 최고 실적이다. 유로가치가 떨어질 것이라 전망해 보유한 유로화를 빠르게 팔아버리고 달러 등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통화 투자를 대폭 늘렸다.

약 2년 전부터 유로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베팅한 펀드들이 눈에 띄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ECB가 주요 금리를 마이너스대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지난 여름부터는 유로 가치 하락에 거는 펀드들이 더욱 늘어났으며 특히 ECB가 양적완화를 예고하고 단행한 최근 몇달 들어 그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적 투자자들이 유로 하락에 베팅한 순매도 포지션은 이달 10일까지 18만1073계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2219계약보다 19% 증가했다. 외환시장에서 선물거래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펀드 매니저들이 어떤 방향으로 투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니콜라스 루슬렛 투자은행 우니게스치온 “펀드 매니저들이 달러화 대비 유로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게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엇갈린 통화정책에 돈버는 헤지펀드들

또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포지션 변화에 베팅한 소위 `매크로 펀드` 등도 수익률이 좋다. 유럽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회사인 브레반하워드자산운용도 2.7% 수익을 올렸으며, 캑스턴어소시에이츠의 메인펀드도 7% 수익을 올렸는데 수익의 75%가 유로 하락 베팅 덕분이다. 무어캐피털도 4.4%, 튜더인베스트먼트도 4.8% 수익을 올렸다. 유로화와 더불어 엔화 하락에 베팅한 블루트렌드의 펀드 수익은 무려 9.1%에 이르렀다.

매크로 펀드는 최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 우려에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시작하기전 몇 년간 비교적 잠잠한 중앙은행들의 행보에 펀드 거래량은 물론 수익률도 낮았다. 그러나 ECB가 국채 매입 등 대규모 양적완화를 예고하고 지난 9일 ECB가 본격적으로 국채 매입에 돌입하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2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유로화가 급락하자 유로화 하락에 베팅한 펀드들은 본격적으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들은 또한 ECB를 비롯해 일본은행(BOJ), 한국은행, 인도중앙은행(RBI), 인민은행(PBOC) 등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확대 전략을 펴는 반면 미국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하면서 달러 강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 매입 속도도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유로화 이외에도 한국 원화, 일본 엔화 등 기준금리 인하로 부양정책에 돌입한 다른 국가 통화들도 빠르게 팔아버리고 있다.

펀드이벨류에이션그룹의 그렉 돌링은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는데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통화정책 탈동조 현상은 매크로펀드들이 지난 금융위기 이후 동조화된 통화정책으로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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