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과 금융권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엇갈린 통화정책에 갈피를 못잡는 사이 발빠른 대응과 과감한 베팅으로 큰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ECB 양적완화를 앞두고 유로 하락 등에 베팅하며 올들어 이미 9%대의 수익을 올린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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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메인펀드인 퓨어알파펀드를 유로 하락에 베팅해 올들어 2월까지 7%의 수익을 올렸다. 회사 창립 이후 같은 기간 최고 실적이다. 유로가치가 떨어질 것이라 전망해 보유한 유로화를 빠르게 팔아버리고 달러 등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통화 투자를 대폭 늘렸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적 투자자들이 유로 하락에 베팅한 순매도 포지션은 이달 10일까지 18만1073계약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2219계약보다 19% 증가했다. 외환시장에서 선물거래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펀드 매니저들이 어떤 방향으로 투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니콜라스 루슬렛 투자은행 우니게스치온 “펀드 매니저들이 달러화 대비 유로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내는게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엇갈린 통화정책에 돈버는 헤지펀드들
또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포지션 변화에 베팅한 소위 `매크로 펀드` 등도 수익률이 좋다. 유럽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회사인 브레반하워드자산운용도 2.7% 수익을 올렸으며, 캑스턴어소시에이츠의 메인펀드도 7% 수익을 올렸는데 수익의 75%가 유로 하락 베팅 덕분이다. 무어캐피털도 4.4%, 튜더인베스트먼트도 4.8% 수익을 올렸다. 유로화와 더불어 엔화 하락에 베팅한 블루트렌드의 펀드 수익은 무려 9.1%에 이르렀다.
이들은 또한 ECB를 비롯해 일본은행(BOJ), 한국은행, 인도중앙은행(RBI), 인민은행(PBOC) 등 아시아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확대 전략을 펴는 반면 미국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하면서 달러 강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 매입 속도도 높이고 있다. 그러면서 유로화 이외에도 한국 원화, 일본 엔화 등 기준금리 인하로 부양정책에 돌입한 다른 국가 통화들도 빠르게 팔아버리고 있다.
펀드이벨류에이션그룹의 그렉 돌링은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는데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통화정책 탈동조 현상은 매크로펀드들이 지난 금융위기 이후 동조화된 통화정책으로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