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에 또 찾아온 `서브프라임 모기지 망령`

3분기 美소비자금융 손실 2배 급증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재연 우려
  • 등록 2011-11-10 오전 9:54:26

    수정 2011-11-10 오전 9:54:26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지난 2007년 영국계 대형 금융그룹 HSBC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에 나섰다가 큰 낭패를 봤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대출을 해줬다가 이를 제때 회수하지 못해 엄청난 손실을 본 것. 당시만 해도 서브프라임 위기의 심각성은 간과됐지만 이는 이듬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발발 3년이 지난 지금 HSBC가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 망령에 둘러싸일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미국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금리로 주택마련 자금을 빌려 주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이날 HSBC는 지난 3분기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5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출가치 상승이 순익 증가에 큰 몫을 했다. 표면상 실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금융 사업부의 손실은 다소 우려스럽다. 미국 소비자금융 사업부의 대출 손실은 전분기의 8억8000만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8억달러로 집계됐다.

FT는 HSBC가 겪고 있는 최근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 대다수가 상환을 연기하거나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른 회사의 손실은 아시아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도 상쇄가 쉽지 않다는 설명. 이는 최근 미국 내 신용카드 사업부와 지점 매각 등을 통해 소매 금융 분야의 리스크를 줄이고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는 HSBC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평가다.

로닛 고스 씨티그룹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의) 유령들이 돌아와 그들에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쁜 소식은 미국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 부동산 가격은 2006년 정점을 찍을 당시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말까지 2.6%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이는 HSBC를 비롯해 BoA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한 미 대형은행들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편 정보제공업체 렌더프로세싱서비스에 따르면 미국 전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의 12.3%에 달하는 640만명이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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