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는 시행사가 갖고 있던 사업권을 대신 받지만 악성 사업장의 경우 분양이나 매각을 장담할 수 없어 회사 재무부담으로 고스란히 반영되는 상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건설사가 시행사가 은행권에 빚을 갚지 못해 채무를 인수한 곳이 5건에 달했다. 또 시행사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아예 사업권을 넘겨 받은 곳도 2곳에 달했다.
신세계건설(034300)은 지난 9월 말 시행사인 경원코퍼레이션 채무 1200억원을 인수했다. 신세계건설이 인수한 채무는 시행사가 강남구 청담동 주상복합 피엔폴루스를 개발하면서 은행권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피엔폴로스 아파트 92가구는 모두 분양됐지만 상가는 대부분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이테크건설(016250)도 시행사 채무를 떠안으면서 주가급락 사태를 맞고 있다. 이테크건설은 지난 8일 춘천 코아루 아파트사업과 관련해 시행사 참빛건설의 채무 137억원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테크건설의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오후 3시 10분 기준으로 이테크건설 주가는 전날 대비 14.97%(7200원) 하락한 4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채무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가 주가하락의 이유였다.
이밖에 동부건설(005960)도 지난 6월 강원도 원주 단구지역 주택개발 사업권을 ㈜보경종합건설로부터 넘겨받았다. 동부건설은 이 과정에서 시행사인 보경종합건설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 받은 300억원을 대신 갚아줬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난을 겪는 시행사들의 부도가 이어지면서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은행권 채무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공사는 아파트나 상가를 팔아 은행권 채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시장이 워낙 어려워 이 역시도 쉽지 않다"라며 "시행사 채무인수는 건설사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