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가 공언한대로 `창업부터 퇴출까지` 기업활동의 전(全)단계를 아우르는 종합대책에 걸맞게 다양한 정책이 포괄적으로 제시됐고, 보조금 지급이나 부담금 면제 등 진일보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재계가 대표적인 규제로 꼽고 있는 수도권 규제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경영환경 `제자리걸음`…경제활력 둔화조짐
정부가 이같은 대대적인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최근 들어서도 우리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경제활력도 둔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우리 기업들은 높은 땅값, 높은 임금, 부족한 인력, 높은 규제의 벽 등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도시의 공장용지 가격은 평당 200만원을 넘고 있다. 서울만 놓고 보더라도 프랑스 파리에 비해 9배나 높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비해서도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에 있어서도 시간당 인건비가 10달러에 육박하면서 경쟁국가인 홍콩(6달러)과 싱가포르(7.5달러) 등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인력 공급이 원활한 것도 아니다. 인력 부족률이 6%를 넘어서는 등 인력난이 만성화돼 있고 특히 연구개발직 등 전문인력이나 중소기업 인력은 더 모자란다. 정부 통제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 공급 역시 제한적이다.
◆꼼꼼한 종합대책, 직접지원 등 `진일보` 평가
이처럼 정부가 우리 기업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데다 이번 대책 마련과정에서 재계 대상의 설문조사나 경제5단체장과의 면담 등으로 최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려 했기 때문에 대책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 부총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재직 시절부터 구상했던 내용부터 각 부처들의 제안 등이 한데 어우러진 만큼 `창업부터 퇴출까지`의 종합대책으로 꾸며졌다.
창업과 투자 활성화, 공장설립과 입지제도 혁신, 기업과세 합리화, 환경규제 개선, 기업관련 법률제도 선진화, 지방행정 서비스 혁신 등 10가지 주요 대책과 110여개에 이르는 세부 과제 등이 다채롭다.
또 포괄적인 동산담보제도나 저당권 유동화제도, 약식재판제도 등의 도입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관행이나 분쟁 부담 등 근본적인 애로를 감안한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알맹이` 빠져…재계·여당 압박수위 높일까
그러나 이번 종합대책에는 재계가 그다지도 목을 매던 수도권 규제완화와 출총제 폐지 등 대표적 규제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손질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성장관리권역에 투자계획을 밝힌 4개의 기업에 대해 조기에 허용여부를 결정하고 자연보전권역 등에 신청한 3개 기업에 대해서는 향후 결론을 내겠다"고만 했다.
민관합동 태스크포스가 가동되고 있는 만큼 출총제 폐지나 그 대안으로서의 순환출자 규제 도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었다.
이 때문에 재계의 반응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5일 권 부총리와 만난 경제5단체장들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하이닉스 공장증설 허용 등을 부총리에게 요구한 바 있다.
특히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간담회 이후에 "하이닉스 공장 증설 문제가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재계가 수도권 규제완화 관철을 꾸준히 추진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여당이 어떤 주문을 할지도 변수다. 김근태 당의장이 재계와의 `뉴딜`을 주창하고 있고 강봉균 정책위의장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다 강력한 경기 부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종합대책에 포함된 상당수 대책들이 국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돼야 확정되는데다 여야 정치권 안팎에서 벌써부터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을 담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나 산업집적활성화법 등의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