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적 인물로 꼽히는 짐 켈러와 손을 잡았다.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스타트업의 인공지능(AI) 칩렛을 삼성전자가 만들기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국내외 AI 팹리스 스타트업과 잇달아 협력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육성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 (사진=텐스토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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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는 지난 2일(현지시간) 자사가 설계한 4나노미터(SF4X) 공정 기반 차세대 AI 칩렛을 삼성전자에서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칩렛이란 시스템 반도체를 하나의 반도체로 생산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모듈로 분할 생산한 다음 하나로 결합하는 형태다. 기존 방식보다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고 단가 절감과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서도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생산할 텐스토렌트의 차세대 AI 반도체는 밀리와트(저전력)에서 메가와트(대규모 전력)까지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향후 에지(Edge) 디바이스부터 데이터센터까지 다양한 응용처에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 참석한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는 당시 “칩렛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와의 협력을 암시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텐스토렌트는 반도체 설계 분야의 전설로 꼽히는 짐 켈러가 이끄는 캐나다 AI 반도체 개발 스타트업이다. 짐 켈러는 인텔에서 수석부사장을, AMD에서 부사장과 수석설계자를 지냈고 애플과 테슬라 등에도 몸을 담았다. 현재 그가 있는 텐스토렌트는 시장가치가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켈러 CEO는 “반도체 기술 발전을 위한 삼성전자의 노력은 리스크 파이브(RISC-V)와 AI 분야 혁신을 추진하는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삼성전자는 텐스토렌트 AI 칩렛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에서 미국 파운드리 사업을 담당하는 마르코 치사리 부사장은 “우리 파운드리는 최고의 반도체 기술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미국에서 계속 확장 중”이라며 “삼성전자의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은 텐스토렌트의 데이터센터, 오토모티브 솔루션 혁신 등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미국 텍사스 오스틴주 삼성 파운드리 공장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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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8월에도 미국 반도체 기업 그로크와 AI 칩 생산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그로크의 4나노 AI 가속기 반도체 칩을 내후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만들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국외뿐 아니라 국내 AI 팹리스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리벨리온과 딥엑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리벨리온은 5나노 기반 AI 반도체 ‘아톰’을, 딥엑스는 5나노와 14나노, 28나노 공정의 AI 반도체 4종을 삼성전자를 통해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해외 반도체 스타트업과 협력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는 동시에 국내 업체들과의 연계로 국내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팹리스 스타트업을 조기 발굴하고 협력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잠재 고객사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는 대만 파운드리기업 TSMC가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자사 점유율을 늘려가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