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삼킨` 버핏..그는 왜 원칙을 버렸나

하인즈 인수후 행보, 버핏 투자원칙에 위배
공동인수자 3G 의중 반영..수익률 부담 탓도
`우호적 인수자` 이미지에 타격..잠재적 위험
  • 등록 2013-04-14 오후 5:31:40

    수정 2013-04-14 오후 5:31:40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벌써 두 달씩이나 지난 워렌 버핏의 H.J하인즈 인수가 또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초 ‘버핏이 브라질 투자회사인 3G캐피탈과 손잡고 인수에 나선 이 144년 전통의 케첩·마요네즈 생산업체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에 집중됐던 관심은 이제 인수 합의 이후 버핏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시장 참가자들의 존경과 신망이 투영된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버핏과 그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철저하게 그들만의 투자원칙을 고수해왔다.

버크셔가 매년 회계연도 마감 직후 내놓는 사업보고서에는 버핏 최고경영자(CEO)의 기업 인수 원칙이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는데,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덩치 큰 기업을 산다 ▲인수과정에서는 부채를 일으키기보다는 현금을 활용한다 ▲기존 경영진을 그대로 유임시킨다 등 크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버크셔와 3G캐피탈이 하인즈를 인수한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시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선, 하인즈는 한 해 이익 성장세가 6%에 불과한데다 이익대비 주식가치가 20배에 이르는 아주 고평가된 기업으로, 그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또한 280억달러(약 30조원)라는 미국 식품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인수금액 가운데 버크셔와 3G캐피탈이 현금으로 투자하는 부분은 120억달러 남짓으로, 이보다 많은 금액은 JP모간체이스, 웰스파고 등으로부터 부채를 일으켜 조달할 예정이다. 이 역시 자신의 원칙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게다가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유임이 확실시되던 윌리엄 존슨 하인즈 CEO를 물러나게 하고 그 자리에 버거킹 CEO인 버나도 히스를 지명했다는 뜻밖의 소식까지 들려왔다.

버핏을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하나라는, ‘스노볼: 워렌 버핏과 인생경영’의 저자인 앨리스 슈뢰더조차 “이번 버크셔의 인수로 가장 큰 짐을 던 사람은 존슨 CEO”라며 그의 유임을 기정 사실화했을 정도였으니 일반인들이 느끼는 의아함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모두의 궁금증은 왜 버핏이 유독 하인즈 인수건에서만 그의 투자원칙을 버렸는가 하는 점이다.

일단 이같은 행보는 공동 인수자인 3G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버핏은 처음부터 “이번 인수를 먼저 제안한 주체는 3G였고, 인수 이후에도 3G가 대주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버핏은 왜 이렇게 자신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3G의 투자 제안을 받아 들였을까? 이는 버핏에게 선택 가능한 옵션이 많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버크셔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내부 보유현금만 45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힘든 시기에 높은 배당을 주는 사모펀드(PEF)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 최근 버핏은 지난해 시장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지 못한데 대해 주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또한 그는 하인즈 인수 이후에도 “또다른 코끼리를 잡으려고 한다”며 추가 인수합병(M&A)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더구나 인수과정에서 80억달러 어치의 우선주를 매입할 수 있는 워런트를 추가로 받기로 합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하인즈 인수가를 낮췄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하인즈 인수는 버핏과 버크셔에게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여지가 있다. 그는 평소 “우호적인 인수자로서의 지위가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가격에, 불가능한 인수를 가능하게 해줬다”고 말해왔다. 이번 딜은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이런 이미지를 망가뜨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다음달 4일 본사가 있는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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