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설명회에 앞서 서울시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한강변 일대 중층 아파트들을 재건축을 통해 최고 50층 초고층 주거타운으로 탈바꿈시키는 내용의 `압구정 전략정비구역의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화려한 변신을 앞둔 압구정, 강남 대표적 부촌으로 인식돼 온 이 동네 주민들의 궁금증은 `기부채납`과 `고층`으로 모아졌다.
압구정 1구역에 사는 한 주민은 "기부채납에 너무 포괄적인 이야기 뿐이다. 25.5%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대한 것인지 알려달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주민들에 대한 세세한 분류가 없는 것 같다. 단지 빨리 계획을 시행하기 위해 주민 동의에만 신경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오후 2시 제2구역 주민설명회는 좀 더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공원과 지하주차장 건립이 주민 분담금으로 시행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2구역에 사는 한 주민은 "토지도 기부채납하고, 우리더러 돈까지 내라는 말이냐"며 소리를 높였다.
주민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한 사람이 "서울시의 계획은 한강의 공공성을 위한 것이지 압구정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트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19년전 압구정에서 이미 기부채납을 했는데 지금 서울시에서는 25%의 대지를 또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말이 되느냐"며 "압구정 지역이 타지역과 달리 평당 1억원을 호가하는 만큼 가격 비례원칙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압구정 2구역은 특히 다른지역보다 공원에 대한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주민들의 불만은 한층 더했다. 2시간이 넘는 동안 설명회가 진행됐음에도 주민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주민 75%가 동의해야 조합인가가 난다는 관계자의 설명에도 주민들의 표정에는 불만과 불신이 역력했다.
압구정에만 30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예전에는 재건축 결정이 나면 엄청난 호재였지만, 요새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재건축 때문에 빚을 져야할 지도 모르겠다"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