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Cafe)보글의 투자철학

  • 등록 2006-06-09 오후 12:20:27

    수정 2006-06-09 오후 12:20:27

[이데일리 김대환 칼럼니스트] 세계적 뮤추얼펀드 회사 뱅가드그룹의 창업자 존 보글의 투자철학은 아주 단순하다.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 하지 말 것.’

이유 또한 단순하다.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시장을 이기려 하기 보다는 시장의 평균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를 보통 ‘수동적 투자자’라고 부른다. 반면 시장의 평균수익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를 ‘능동적 투자자’라고 부른다.

보글은 1974년 뱅가드그룹을 창업한 이래 수동적 투자법을 설파해 왔다. 시장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시도는 성공 가능성도 거의 없거니와, 오히려 잦은 거래로 비용만 높아진다고 보글은 주장해 왔다.

개인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적 펀드매니저들의 실적을 들여다 봐도 해마다 시장수익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거래비용을 제하고 난 실질 수익에서는 능동적 투자자의 수익률은 시장평균수익률보다 오히려 낮다고 한다.

이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보글이 제안한 투자법은 지수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 증시의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과 동일한 수익률을 얻는 뮤추얼펀드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것도 보글의 뱅가드그룹이다.

이 펀드는 주식매매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수수료도 다른 펀드에 비해 저렴하다.

보글의 투자철학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고, 뱅가드의 지수형 펀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70년대에 1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뱅가드 펀드의 자산은 90년대 말에는 100조원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능동적 투자자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루 종일 주식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데이트레이더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사람 중 능동적 투자자가 아닌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보글의 생각이 맞다면 펀드매니저라는 직업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보글의 투자철학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율적 시장가설’과 일치한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면 현재의 주가는 주식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포함하고 있고,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론은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수 십억대 연봉을 받고 사는 현실과 잘 들어 맞지 않는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론이 틀리고 보글의 투자철학도 쓸데 없는 것이라고 결론 지을 것인가? 아니면 이론을 예언처럼 받아들이고 현실에 눈 감아 버릴 것인가?

현실을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이론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경제학의 효율적 시장가설은 ‘노 아비트라지’, 즉 위험 없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바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남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남보다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건은 남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추가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이다. 추가위험이 아주 크지 않다면, 추가위험을 감수하고 높은 수익을 얻었더라도 남보다 투자를 잘 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처럼 아주 작은 추가위험으로 고수익을 얻을 가능성을 ‘통계학적 아비트라지’라고 한다.

물론 통계학적 아비트라지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글과 같은 수동적 투자자들은 통계학적 아비트라지도 다른 아비트라지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반면 능동적 투자자들은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능동적 투자와 수동적 투자 중 어느 게 맞고 어느 게 틀린지를 단정짓기는 힘든 듯 싶다. 이는 선택의 문제일지 모른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던 자신의 선택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김대환 불가리아 아메리칸대학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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