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정유업계)④"해외서 심봤다"..자원개발 승부

SK㈜ "운영권 획득전략"..인재확보 `총력`
GS, 그룹차원 다각도 공략나서
  • 등록 2005-10-20 오전 11:15:00

    수정 2005-10-20 오전 11:15:00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SK(003600)㈜ 석유개발 사업부 김현무 상무의 주된 업무는 유전과 가스전을 찾아나서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엔 한가지 일이 더 늘어났다. 자원개발사업을 함께 할 인재를 찾아내는 일이 그것이다. 지난해부터 김 상무는 국내외 대학과 대학원을 찾아다니며 자원개발 사업을 함께 할 인재 물색에 나서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김 상무가 찾는 인재풀은 다양하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학생에서부터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에너지 기업에 근무하던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자원공학, 지질학에 정통한 인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SK㈜는 보다 체계적으로 인재들을 확보하기위해 내년부터 산학 장학생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자원공학이나 석유공학, 지구물리, 지질학 분야의 학사 및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1년에 4~5명 선정해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

SK㈜가 자원개발 전문 인력 확보에 열을 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단순히 광구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운영권을 갖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

SK㈜, GS(078930)그룹 등 국내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고유가 추세속에서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원개발은 그만큼 실패 위험도 큰 사업이지만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이뤄주게 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할 사업으로 정유업계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SK㈜, 국내기업 최초 "4억배럴 확보"

국내 민간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SK㈜는 1년새 1억배럴의 매장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SK㈜는 지난해까지 해외 유전과 가스전을 통해 총 3억 배럴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올들어 탐사단계였던 브라질 광구의 상업성이 확인되고 예멘정부로부터 예멘LNG의 개발계획을 승인받으면서 총 4억 배럴을 확보하게 된 것. SK㈜는 내년부터 `보유 매장량 4억배럴`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규모는 연간 국내 원유 소비물량(약 7억배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한국석유공사의 현재 보유 매장량 3억1800만배럴을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4억배럴에 도달하게 됐다.

SK㈜의 원유과 가스의 하루 평균 생산량도 지난해 2만4000배럴에서 현재 2만6000~2만7000배럴까지 늘었다. 오는 2007년에는 하루 6만배럴, 2010년에는 10만배럴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SK㈜는 광구개발 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 북이베리아 광구가 지난 12일 탐사정 시추를 시작하면서, 단순 지분 참여 업체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하게 전문 기술력을 보유한 석유 개발회사로 인정받게 됐다.

SK㈜는 앞으로도 운영권을 확보해 주도적으로 유전개발을 해나가는 전략을 적극 펼쳐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운영권자가 되면 단순히 지분을 참여한 경우보다 리스크를 훨씬 많이 떠앉게 되지만 그만큼 개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는 원유 뿐 아니라 천연가스 개발에도 잇단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지분 30%를 참여한 페루LNG가 오는 2009년부터 연간 420만톤의 LNG를 미국과 멕시코에 공급키로 한 데 이어, 미국과 우리나라에 2008년부터 20년간 천연가스를 공급할 예멘 LNG에 대한 개발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특히 최근 LNG 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 카트리나 사태이후 뉴욕 선물거래소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원유가격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미국 천연가스의 주 공급원인 캐나다에서는 새로운 가스전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페루LNG와 예멘LNG가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2008년, 2009년까지도 LNG 가격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 SK㈜의 탄탄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김현무 석유사업개발 상무는 "SK㈜의 자원개발부문은 최근 2년간 급격히 변신하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루이지애나 광구와 같이 개발전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 석유개발사업 확대 `돌입`

GS칼텍스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석유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허동수 회장의 적극적인 관심하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GS홀딩스도 별도로 해외 광구에 지분 참여를 진행하고 있어 그룹 전반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GS칼텍스는 약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캄보디아 블록 A광구에 대해 지난 2003년부터 탐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에 확인된 시추 결과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양질의 경질 원유로 나타나 상업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허 회장은 오는 2010년까지 정제능력 기준으로 자주 개발 원유를 10~15%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GS칼텍스의 일일 정제능력 65만배럴중 6만5000~1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자체 유전 개발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인 GS홀딩스도 올들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넴 1` 및 `넴2`, `워캄` 광구에 대해 지분을 참여하는데 142억원을 투자했다. 또 예멘에 있는 16광구과 39광구에 대해서도 유전개발권 획득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인 SK㈜에 비해 해외 자원개발에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GS그룹은 현재 개발중인 유전 외에도 중동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의 해외 광구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 방침이다.

◇ 석유개발사업의 명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지난해 SK㈜ 석유개발사업부의 1인당 영업이익은 9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70%를 넘었다. 우리나라 5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영업이익은 2700만원이고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7%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금액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SK㈜ 석유개발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이 각각 전년비 167%, 184%씩 증가한 2757억원, 1982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각각 4585억원, 605억원으로 58%, 39%씩 늘었다. 이같은 급성장을 일궈낸 직원은 고작 28명이다.

고유가 덕에 석유개발 사업이 더욱 높은 수익성을 가져다주자, 정유업체를 비롯해 도시가스업체 등 에너지 관련기업들과 종합상사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경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탐사에 나섰지만 가스나 원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규모가 작아 상업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스 존재를 확인해 개발에 성공했다하더라도 수송비 등에서 경제성있는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 뿜어져 나오는 가스를 다시 묻어야 한다. 유전을 개발해 놓고도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현금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036460)와 SK㈜, GS칼텍스, 대우인터내셔널(047050) 등이 참여한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는 현지 국영석유회사가 까다로운 세부 조건을 내걸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한국석유공사를 주축으로 SK㈜와 LG상사, 삼성물산 등이 투자한 카자흐스탄 잠빌광구도 노무현 대통령의 에너지 외교 성과로 대대적으로 부각됐지만 현재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중인 이르쿠츠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산업 보호정책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LG상사(001120), 효성(004800) 등 국내 업체들이 타당성 조사에만 총 100억여원을 쏟아부었지만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점차 확대될 기업들의 석유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협상력을 높이고 전문가 양성과 기술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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