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산업개발 분식 고백..계열사 `일파만파`

비자금 조성의혹 등 계열사로 조사 확대 `촉각`
  • 등록 2005-08-08 오전 10:32:48

    수정 2005-08-08 오전 10:35:00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두산산업개발(011160)이 90년대 중반 이후의 분식회계 사실을 자진 공시함에 따라 두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형제의 난` 과정에서 박용오 전회장측이 비자금 조성 창구라고 지목한 계열사들은 두산산업개발의 분식회계 고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은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상 계열사들의 주요 연결고리라는 점에서 이번 분식회계 고백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두산산업개발은 ㈜두산의 지분 22.8%를 보유한 최대주주.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지분 41.5%를 가지고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두산산업개발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8일 두산산업개발이 지난 95년부터 2001년까지 약 2797억원의 매출을 과대계상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투명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이같은 사실을 자진공시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번 고백이 두산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산업개발의 경우에서 드러났듯이 분식회계를 해 온 계열사가 당초 알려졌던 3~4개사보다 더 많을 것이란 추측이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달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두산 부회장이 태맥, 동현엔지니어링, 넵스 등 위장 계열사를 통해 17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박용만 부회장은 뉴트라팍이라는 미국 현지법인을 통해 800억원대의 외화를 밀반출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태맥은 비어할레라는 맥주체인점을 운영하는 회사로 지난 96년 설립됐으며, 삼성동 등 서울 도심에서 9개 비어할레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비어할레는 원래 OB호프라는 이름으로 두산이 운영했던 전국 생맥주 체인점. 진정서는 박용성 회장이 태맥을 사실상 차명관리해 왔으며 이곳에서만 350억~4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동현엔지니어링은 두산의 건물관리 등을 맡고 있는 업체로, 진정서는 박용성 회장이 지난 20년간 이 회사를 통해 2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용만 부회장의 동복 동생 박용욱 씨가 경영하는 이생그룹의 넵스도 2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에 설립된 계열사 뉴트라팍은 박용만 부회장의 외화 밀반출 창구로 지목되고 있다. 박용오 전 회장 측은 진정서에서 박용만 부회장이 이 회사를 통해 870억원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두산그룹 관계자는 분식회계 자신공시와 관련해 "박용성 회장이 투명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과거의 분식 사실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이는 건설사들이 과거에 관행적으로 해 오던 것으로 `형제의 난`과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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