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영진, 성과에 상관없이 `돈방석`

  • 등록 2005-03-23 오전 10:07:25

    수정 2005-03-23 오전 10:07:25

[edaily 이태호기자] 미국 기업 경영진이 뛰어난 능력이나 성과와는 관계없이 엄청난 보수를 지급받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경영 성과 부진으로 최근 회사를 떠났지만 퇴직금 명목으로 4200만달러를 챙겼다. 해리 스톤사이퍼 전 보잉 CEO도 여성 임원과의 스캔들로 해임됐으나 연 60만달러라는 퇴직 연금을 받게될 예정이다. 회계 문제로 물러난 프랭클린 레인스 패니매 회장 역시 월 11만4393달러의 연금을 받게 된다. 이같은 불명예에 연루되지 않은 많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WP는 경영진들의 성과가 훌륭하건, 그저 그렇건, 부진하건 간에 급여는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과 없는 지급(Pay Without Performance)`이란 책을 쓴 루시아 벱척 하버드 법대 교수는 "비록 경영진 보수의 인상이 자주 불가피한 것으로 정당화되고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대부분의 연봉이 성과와 관련없이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점은 보수가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믿음과 달리 성과와 관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큰 돈을 벌어들인 사람 가운데 하나는 모간스탠리의 필립 퍼설 CEO로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 1380만달러어치를 포함해 225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에 대해 일부 모간스탠리 주주들은 지난해 실적이 18% 늘어났지만 주가는 6% 내렸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의 네빌 이스델 CEO는 지난해 현금, 주식, 보너스를 합해 1100만달러를 지급 받았다. 그러나 코카콜라의 주가는 연초 50달러에서 연말 41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주주들에게 씁쓸한 기분을 안겨줬다. 머서휴먼리소스컨설팅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내 100개 대기업의 보너스는 지난해 전년보다 46.4% 인상된 평균 114만달러를 기록했다. WP는 지난 10년 동안 경영진들에 대한 보수가 급증해왔으며 이같은 추세는 주주들의 강한 비난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벱척과 코넬 대학 교수인 야니브 그린슈타인에 따르면 지난 1993~2002년 동안 모든 상장기업 내 5명의 최고 경영진에 지급된 보수는 도합 2600억달러에 이른다. 또 1993~1997년 동안 임원들에 지급된 금액은 전체 기업 순익의 6%에 달했고, 1998~2002년에는 이 수치가 10%까지 늘어났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포함된 CEO들의 평균 보수는 1993년 370만달러에서 2002년 1030달러로 178%나 급격히 늘어났다. 벱척 교수는 "경제나 기업의 펀더멘탈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기간 동안 일어났던 주식시장의 붐, 주식을 통한 급료의 지급 등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막대한 액수의 보수를 용인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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