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영양제로 먹은 크릴오일은 `고래밥`

20세기 중반부터 크릴 상업어획 본격화
사료로 쓰려고 잡았다가 영양제로 인기
매해 어획량 증가해 2019년 역대 최대
  • 등록 2021-02-12 오후 2:00:00

    수정 2021-02-12 오후 2: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설을 앞두고 영양제 선물로 인기가 좋은 크릴오일은 크릴 새우(크릴)를 압착해서 만든다. 크릴은 몸길이가 크게는 6cm까지 자란다고 관측됐으나, 기껏해야 밀리미터(mm) 급으로 재는 게 편할 만큼 작은 어종이다. 이 작은 것이 남극과 북태평양 생태계 먹이 사슬 최하단에서 극지방 생태계를 지탱한다. 오징어, 펭귄, 바다표범, 고래 따위가 크릴을 주식으로 살아간다. 군집생활을 하는 데다가 덩치도 작으니 사냥하기도 쉽다.

남극 크릴.(사진=Australian Antarctic Division)
인간이 크릴 사냥에 뛰어든 것은 1960년대 들어서다. (19세기부터 크릴을 어획했다는 기록은 있지만 유의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먹으려고 잡는 것이 아니라, 상업용으로 쓰려고 잡았다. 남극 크릴과 북태평양 크릴 등이 주요 대상이다. 잡는 크릴 대부분은 양식장 사료로 썼다. 먹이사슬 최하위에 있으니 어떤 양식장에서 쓰더라도 먹혔다. 나중에는 상업용이나 가정용 수족관 먹이로까지 등장했다. 낚시인에게 크릴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집어제이자 미끼이다.

크릴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이유는 잡기 쉬운 데다가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덕이었다. 이 사실을 안 인류가 크릴을 식용으로 손대기 시작했다. 가공하면 고단백 식품이라는 것을,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하다는 것을, 그런데 열량은 낮다는 것을 내세워서 상업화에 들어갔다. 크릴 농축제품은 임신부와 수유기 임산부, 성장기 청소년에게 도움이 된다는 마케팅은 주효했다. 골다공증 치료와 치아 건강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제사회는 이런 식으로 크릴이 남획되는 것을 막고자 1980년 남극 해양 생물자원 보존 협약(CCAMLR)을 비준하고 1982년 발효했다. 협약은 남극해 주변의 수산 자원의 보호와 유지, 번식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회원으로 가입한 대한민국은 세계 수위권의 크릴 어획 국가이다. CCAMLR이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973년부터 남극해(3개 지역)에서 크릴을 가장 많이 잡은 국가는 러시아 연방(USSR)으로 전체 물량의 40%를 가져갔다. 일본(19.7%)과 노르웨이(19.1%)가 뒤를 잇고 4위가 대한민국(7.2%)다. 어업 기간은 32년 동안 거둔 성적이다. 기간을 좁혀보면 2010~2019년 전체 어획량 순위 2위가 대한민국(14.5%)이다.

크릴 어획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남극해에서 크릴 어획량을 보면 2013~2017년까지 20만톤대였는데 2018년 31만톤, 2019년 39만톤으로 각각 증가했다. 그러자 일부 의식 있는 소비자들은 `고래밥` 크릴이 줄면 고래 개체 수가 위협하리라고 우려한다.

국제사회도 공감하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CCAMLR의 추정이다. CCAMLR은 미개발된 크릴 규모의 1% 내에서 매채 어획량을 정하는데 실제로 어획하는 규모는 0.3% 가량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CCAMLR이 탄생한 배경은 꼽씹을 만하다. `고래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크릴 어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크릴 남획은 남극 생태계에 재앙이 되리라는 커졌다. CCAMLR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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