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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무역 제재 불똥이 반도체 업계까지 튀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 제품 출하량 감소가 반도체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올 하반기부터 반등해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사실상 올 하반기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사업부문 실적 하락에 따라 지난 1분기 ‘반도체 왕좌’를 빼앗긴 삼성전자(005930)의 실적 반등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오는 3분기 D램 가격 하락폭 전망을 최근 10~15%로 조정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10%)보다 하락폭이 늘어난 수준이다.
디램익스체인지는 오는 4분기 전망에 대해서도 기존 하락폭(-2~-5%)보다 큰 10% 하락을 예상했다. 사실상 하반기 D램 가격이 상반기 대비 최대 25%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2분기 D램 수요가 바닥을 찍고 성수기인 3분기부터 본격적인 수요를 회복하며 가격도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장기화하자 시장조사업체들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 장비 업체이자 2위 스마트폰 업체다. 이미 글로벌 IT 업계 큰손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미국 제재에 따라 스마트폰과 서버, 통신 장비 등 제품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면 그만큼 반도체 주문량도 줄어 가뜩이나 재고 상황이 좋지 않은 반도체 업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반도체 사업부문 실적 부진에 지난 1분기 미국 인텔에 반도체 왕좌를 빼앗긴 삼성전자(005930) 역시 비상이 걸렸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할 경우 최근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5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6조2000억원에 그쳐 60.15% 급감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1분기 반도체 사업부문 매출은 14조4700억원, 영업이익 4조12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30%, 64% 추락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인텔에 글로벌 반도체 업계매출액 1위 자리를 뺏긴 데 이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주며 무너졌다. 2017년 1분기 인텔의 영업이익을 앞지르며 유지해온 반도체 왕좌를 내려놓은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제재 여파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연 1억대 줄어드는 등 반도체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직접적인 주문량 감소는 물론 추가적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시장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2억580만대 출하량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2억9130만대)의 뒤를 바짝 쫓았다. 하지만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대 중반 수준에 그치면서 삼성전자 출하량이 3억대 초반까지 회복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은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 20% 중반대로 반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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