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이웃나라]집밥과 외식의 중간 '나카쇼쿠'

  • 등록 2016-03-05 오전 10:57:29

    수정 2016-03-05 오전 10:57:29

[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미소(된장)국을 끓이고 생선을 굽고 밥을 올리면서 저녁을 준비하는 가정주부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웃나라 일본의 얘기다.

최근 일본에서는 ‘나카쇼쿠’(中食) 시장이 뜨고 있다. 집안을 뜻하는 ‘나카’(中)와 식사를 뜻하는 ‘쇼쿠’(食)를 합성한 단어다. 밖에서 사온 음식을 집에서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다.

나카쇼쿠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된 건 고령화와 늘어나는 싱글족 때문이다. 집에서 번거롭게 만들어 먹기 어려운 노년 부부들과 혼자서 밥을 차려먹기 어려운 싱글족들이 열렬한 팬이다.

나카쇼쿠의 종류도 수두룩하다. 간단한 모듬회부터 튀김, 절임야채, 밥까지 있다. 빠에야와 카레, 비빔밥까지 외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까지 나카쇼쿠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기존 나카쇼쿠 메뉴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곤 했지만, 최근에는 편의점에서도 나카쇼쿠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주택가 구석구석 들어서 있는 편의점 노년 부부들에게 인기가 있다. 집에서 5~10분 거리인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산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편의점 업체들도 나카쇼쿠 메뉴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2013년 밥과 반찬을 제조하는 공장 7개를 신설했다.

일본의 대형 육류 가공업체인 프리마 햄은 지난해 11월 편의점용 냉장 조리식품 공급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160억엔(약 1697억원)을 투자하는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즈호 은행에 따르면 나카쇼쿠 시장은 2014년 6조2000억엔에서 2020년 6조8000억엔으로 연평균 1.1% 성장해 집밥·외식·나카쇼쿠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나카쇼쿠는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카쇼쿠 문화가 퍼지고 있다. 싱글족부터 맞벌이 가정부부까지 나카쇼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 ‘피코크’부터 CJ제일제당, 대상까지 여러 식품업체들은 이른바 ‘가정간편식’(HMR), 나카쇼쿠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전자렌지로 간편하게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다. 메뉴도 유명한 중국집 짬뽕부터 삼계탕, 갈비탕, 해장국까지 다양하다.

‘APFT 2014’ 보고서에 따르면 일주일에 HMR제품을 구매하는 횟수는 1-2회가 49%, 3회 이상이 35%로 일주일에 84% 이상 HMR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구이생선 간편식 ‘꾸봐구어’를 선보였다. 꽁치부터 연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나카쇼쿠 문화 때문에 아쉬운 측면도 있다. 매번 밖에서 사온 음식을 먹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머니의 손맛’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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