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그스토어 춘추전국시대

이마트·롯데 등 대기업 앞다퉈 진출..편의점도 가세
외모·건강 중시 등 사회변화 반영..매년 30% 이상 신장
  • 등록 2013-02-24 오후 1:45:39

    수정 2013-02-24 오후 3:29:33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서울 을지로입구역을 나와 명동성당으로 가는 불과 500여미터 길에는 ‘CJ올리브영’ 매장 4개가 늘어서 있다. 인근에는 ‘GS왓슨스’ 매장 2개가 영업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이마트(139480)가 오픈한 ‘분스’까지 더해졌다.

이들 매장은 얼핏보면 더페이스샵과 미샤, 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전문숍과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취급하는 브랜드가 다양할 뿐더러 품목도 과자와 음료, 건강식품, 생활용품까지 고루 갖추고있다.

서울 명동에 자리잡은 이들 매장이 요즘 뜨고 있는 ‘드러그스토어(drug store)’다. 미국이나 영국, 일본에선 드러그스토어가 보편화돼있지만 국내에선 도입된지 불과 10여년에 불과할 정도로 역사가 짧다. 외모와 건강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와 성장한계를 돌파하려는 유통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최근에서야 새로운 유통채널로 떠오른 것이다. 지금은 서울 중심상권뿐 아니라 광역시와 웬만한 지방상권까지 드러그스토어가 포진해있다.

드러그스토어, 연평균 30% 고성장

국내 드럭스토어 시장규모(단위:억원,출처:각사 공시,2012년은 추정)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5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드럭스토어업계 매출은 지난해 4000억원으로 3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30%가 넘는다.

선두주자는 국내에 드럭그스토어 모델을 처음 도입한 CJ올리브영이다. IMF 외환위기인 1999년 1호점을 낸 CJ올리브영은 지난해 118개의 점포를 오픈해 전국적으로 270개 점포를 갖췄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품목만 7500여개에 달한다. CJ올리브영은 올해도 250개의 점포를 새로 열어 사업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다.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커지면서 주요 기업들도 사업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올리브영(CJ)과 GS왓슨스(GS리테일), W스토어(코오롱) 등 그간 일부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도하던 이 시장에 2010년 농심이 ‘판도라’라는 브랜드로 뛰어들었고, 지난해는 이마트가 ‘분스’를 열며 가세했다. 롯데도 이르면 내달 서울 홍대부근에 매장을 열고 드러그스토어 진출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기의 문제일뿐 롯데의 진출은 기정사실”이라며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편의점도 ‘헬스&뷰티’에 주목

대기업들이 앞다퉈 드러그스토어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 소비트렌드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자신을 가꾸고 관리하는데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CJ올리브영의 경우 10대 후반~30대 초반 고객 비중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은 화장품 등 뷰티케어용품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에 이른다.

GS리테일이 GS왓슨스를 두고 있으면서도 편의점 GS25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등 드러그스토어가 취급하는 상품을 판매하기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GS25 관계자는 “GS왓슨스의 몫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헬스와 뷰티시장 자체를 키우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독신가구는 소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보다는 집근처 편의점을 더 자주 이용한다. 따라서 이들을 대상으로 편의점 전용상품을 개발하면 승산이 있다는 게 GS25의 분석이다. 다른 편의점들도 다이어트·비타민·피부미용제품 등 건강식품과 미용제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J올리브영이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에 선보인 ‘라이프 스타일 체험센터’ 내부. CJ올리브영은 쇼핑과 놀이, 문화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 곳을 꾸몄다.
규제 없으면 지속성장 가능

드러그스토어가 아직 규제받지 않는 사업영역이라는 점도 대기업들의 진출을 서두르게하는 요인이다. 현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은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 등을 받고 있다. 편의점도 출점거리제한으로 무한정 점포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비해 드러그스토어는 별다른 규제가 없고 아직은 초창기라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유통업계는 보고있다.

여기에 의약품 판매규제가 완화되는 추세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지난 2011년 액상소화제와 드링크류 등 48개 일반의약품이 의약외품으로 전환해 소매점 판매가 허용된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해열제와 감기약도 편의점 등 일반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의약품 판매규제가 더 완화되면 화장품 등 이미용 상품 위주인 국내 드러그스토어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염민선 대한상공회의소 선임연구원은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출점규제 문제가 부각되지 않는한 소득수준 향상,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변화와 맞물려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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