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제약사 "자존심 접었다"

화이자 등 다국적 기업 국내사와 신약 공동개발
약가인하 등 위기 극복 복제약 시장 진출도 추진
  • 등록 2012-04-03 오전 10:20:00

    수정 2012-04-03 오전 10:29:44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3일자 2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화이자 등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업체와 공동으로 신약개발에 나서거나 복제약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굵직한 신약 개발이 힘든데다 영업 환경도 만만치 않아 돌파구 마련을 위한 '자존심 굽히기' 행보가 확산되는 추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128940)은 최근 GSK 본사와 복합 개량신약 공동개발 및 판매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이 개량신약의 초기 개발과정을 진행하면 GSK가 개발 마무리 작업과 허가절차를 담당하고 양사가 지역을 나눠 세계시장에서 공동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제약사 GSK가 국내업체와 신약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통상 다국적제약사는 국내제약사에 자사 제품의 판매권을 넘기거나 공유하는 방식의 우월적인 거래 위치에 있었다.

GSK의 지난 2010년 매출은 362억달러로 한화로 약 41조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의 2010년 매출 5946억원의 70배에 육박한다.   게다가 GSK의 한국법인과 한미약품은 썩 매끄럽지 않은 사이다.

지난 2009년 한국GSK는 한미약품과 천식약 '쎄레타이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판매계약을 맺었지만 1년만에 판권을 회수했다. 한미약품이 이들 제품을 못 팔았다는 이유에서다.   GSK 입장에서는 굵직한 신약 개발이 힘들어지자 사업성이 있는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GSK는 간판품목인 당뇨병약 '아반디아'와 B형간염약 '제픽스'가 최근 부작용과 높은 내성발현율을 이유로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앞서 미국 머크도 한국법인 한국MSD를 통해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아모잘탄‘의 판매권을 가져갔다. 아모잘탄은 두 가지 고혈압약을 섞어 만든 복합제로 국내에서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국MSD는 아모잘탄을 포장만 바꿔 '코자엑스큐'라는 제품으로 국내에서 팔고 있으며 아모잘탄의 수출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한국MSD는 10년간 50개국에 총 5억달러 규모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머크의 2010년 매출은 약 45조원이다.

연 매출 67조원의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는 국내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최근 제네릭 브랜드 '화이자 바이탈스'를 국내에 공식 출범했다. 또 일부 제네릭 제품은 LG생명과학의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화이자 역시 국내에서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던 고혈압약 '노바스크', 고지혈증약 '리피토'를 이을 굵직한 신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밖에 매출 규모 세계 2위 제약사 노바티스도 자회사 산도스를 통해 국내 제네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약가인하 정책도 다국적제약사의 새로운 시장 개척 시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적용된 새 약가제도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특허전 가격의 80%에서 53.5%로 인하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제네릭은 68%에서 53.5%로 떨어진다. 오리지널을 많이 보유한 다국적제약사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사가 매출 규모는 작지만 예전에 비해 신약개발 능력이 향상되고 있고, 다국적제약사도 걸출한 신약개발을 배출하지 못하는 한계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어 국내사와 다국적사와의 다양한 방식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한미약품, 주사용 관절염치료제 유럽 진출 '초읽기' ☞한미약품, GSK와 복합 개량신약 공동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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