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근래에 가게에서 선물을 사본 적이 거의 없다"며 "문득 떠오르는 친한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몇 천원짜리 선물을 보낸다"고 말했다.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 예전처럼 선물을 직접 구매·전달하지 않고 휴대폰으로 '상품 메시지'를 전송하는 새 풍속도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휴대폰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번거로운 선물 고르는 절차를 생략하고 간편한 선물 전달 방법으로 휴대폰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변화에 맞춰 SK텔레콤(상품명 기프티콘)·KT(기프트쇼)·LG텔레콤(오즈기프트)의 모바일 상품권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 가입자의 경우 지난해 기프티콘 이용자(여러 번 이용했어도 한 명으로 계산)가 200만명이 넘어 전체 가입자의 10%에 육박한다. 이용 건수는 2007년 245만건(거래금액 57억원)에서 작년 700만건(210억원)으로 약 3배 늘었다.
이동통신 3사를 합치면 대략 250만~300만명 정도가 이렇게 휴대폰 메시지로 선물을 주고받았다.
◆바나나우유에서 속옷·호텔숙박권까지 휴대폰으로 선물
음악(멜론 MP3 다운로드), 메가박스(영화), 파리바게뜨(식품), 베니건스(외식), 에블린(속옷), 공연(워커힐쇼 토데스 관람권)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63빌딩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아쿠아리움을 돌아보며 식사할 수 있는 14만8700원 상품(상품명 로맨티콘 63)이나 48만7000원짜리 호텔숙박권(아도니스리조트 호텔)까지 있다.
SK텔레콤(운영업체는 SK마케팅앤컴퍼니)이 50개 제휴사에 480여개의 상품을, KT가 25개 제휴사에 230여개 상품을 운영 중이다.
SK마케팅앤컴퍼니 관계자는 "휴대폰을 활용해 선물 전달의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며 "소비자의 이용이 늘면서 제휴 가맹점도 급증해 1~2년만 지나면 휴대폰으로 선물하지 못할 상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디지털 선물'이라 딱딱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날로그 못지않게 '디지털 정서'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증·사원증·항공마일리지카드·현금카드 등 지갑 속 각종 '증(證)'이 사라져
20~30대 소비자들에게 휴대폰은 지갑의 각종 '카드'를 없애주는 편리한 기기다.
중앙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솔(23)씨는 최근 중앙도서관에서 학생증 없이 교양 도서 한권을 빌렸다. 20년 전이었다면 도서 대출 신청서를 써서 사서(司書)에게 주면, 사서가 학생증 뒤편에 도서 대출 기록을 했다. 김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인식기에 갖다댄 후 책을 도서관 사서에게 건넸다. 사서가 책의 바코드를 바코드 인식기에서 읽자 대출이 완료됐다.
서울대·연세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한양대·숙명여대·경기대·명지대·제주대(대학별 제휴 통신업체는 다름) 등이 휴대폰 학생증을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원증을 휴대폰에 저장해 사용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의 33층짜리 SK텔레콤 사옥은 사원증 대신에 휴대폰을 갖다대는 식으로 본인 확인을 받는다.
이동통신업체의 멤버십카드(KT·LG텔레콤 가능, SK텔레콤은 6~7월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카드(모바일 스카이패스)도 따로 지갑에 넣어둘 필요 없이, 휴대폰에 다운로드받아 놓기만 하면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멤버십카드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하나카드와 같은 신용카드도 지갑에 넣어둘 필요 없이 휴대폰에 저장할 수 있다. 국민은행·농협·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기업은행·수협·우체국(은행별 제휴 통신업체는 다름) 등 대부분 은행에서는 휴대폰에 금융칩을 저장하면 휴대폰으로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