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눈과 귀를 호강시키는 뮤지컬

  • 등록 2009-12-30 오후 12:00:00

    수정 2009-12-30 오후 12:00:00


 
[경향닷컴 제공] 눈이 즐겁고 귀가 호강을 한다. 롭 마셜 감독의 뮤지컬 영화 '나인'은 화려한 볼거리와 주옥같은 노래들로 가득차 관객들을 황홀하게 만든다.

국내에서도 공연된 동명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나인'은 창작에 대한 열정이 말라가 위기에 처한 바람둥이 천재 영화 감독 귀도(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그를 둘러싼 7명의 여인들 때문에 고역을 치르다 영감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롭 마셜 감독은 원작 뮤지컬에서 표현된 현재, 과거와 오가며 펼쳐지는 복잡한 중년 남성의 내면 여행을 최대한 단순화해 두 마리 토끼인 오락성과 완성도를 잡았다.


'나인'은 롭 마셜 감독의 전작 '시카고'와 많이 비교된다. 그러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두 영화가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섹스와 살인, 범죄, 모함 등 각종 자극적인 소재들이 총망라돼 있는 '시카고'와 달리 '나인'은 예술에 대한 열정을 그린다. 화려한 볼거리가 많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지하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지 못해 남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면서 예술적인 영감이 사라진 귀도의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 지루할 수도 있다.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상쇄한다. 대니얼 데이 루이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2차례 수상자'답게 호소력 있는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바람둥이 남편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하는 마리온 코틸라르의 내면 연기도 훌륭하다. 여배우 클라우디아 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은 예상과 달리 아주 잠깐 등장한다. 귀도의 어머니 역을 맡은 일흔이 넘은 노배우 소피아 로렌은 여전한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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