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수상해..오일 붐 끝날 조짐인가?

원유 수요감소 징후 `뚜렷`..100弗 조정 기대 재점화
인플레 경감기대 `환영`..변동성 경계도

  • 등록 2008-07-18 오전 9:59:27

    수정 2008-07-18 오전 9:59:27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국제 유가가 사흘연속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최근 다시 불 붙은 유가 정점 기대에 기름을 부었다.

밤사이 국제 유가는 사흘연속 급락세를 지속하며 무려 한달여만에 13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3일간 낙폭도 15달러 이상에 달하고 있다.

특히 단발성 호재가 아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라는 하락 근거가 보다 뚜렷해지면서 유가 하락을 예견하는 낙관론자들의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원유수요 감소 기대 "확장일로" 

최근 유가 급락을 이끈 구체적인 요인은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 전망이다.  MF 글로벌의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 에드 메이르는 "(유가가) 항복한 날이었다"며 "미국 원유 수요 감소와 공급 개선 기대가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이 유가를 급격히 끌어내리고 있지만 시장은 원유 수요가 실제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주초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보다 암울한 경기전망을 내놓으면서 급락세를 촉발한 가운데 소비자들의 지출이 실제로 감소하면서 원유 재고가 증가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원유 외에 천연가스 수요도 급격히 떨어지는 등 수요감소가 원자재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목요일(미국 현지시간)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정부가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7% 이상 하락했다.

비즈니스위크 칼럼니스트 모리아 허브스트는 원유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원유 수요 감소 징후가 시장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까지 줄었다"며 "원유재고 증가는 물론 에너지 제품 수요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컨설팅 기업인 펀더멘털애널리스트닷컴 대표 조엘 휭거만은 "원유수요가 자동차 경기의 구조적인 변화와 연계돼 왔는데 최근 GM과 포드 등 대형 승용차 판매가 급감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나온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 조짐과 맞물려 이머징 마켓의 수요 감소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점쳐지고 있다. IAF어드바이서의 애널리스트인 카일 쿠퍼는 "수요 감소 시나리오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중국과 인도의 경기둔화 신호도 유가 하락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뚜렷해지는 하락 근거에 100달러선 조정 기대 "재점화"

유가 하락 근거들이 뚜렷해지면서 조정 기대도 힘을 얻고 있다. 연초부터 100달러 선까지 유가 하락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왔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골드만삭스의 200달러 급등 전망 등 비관적인 시나리오들에 압도됐던 것이 사실이다. 

카일 쿠퍼 애널리스트는 "이머징 마켓의 원유 수요 감소가 브릭스(BRICs) 국가까지 확대된다면 유가는 100달러를 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엘 휭거만 역시 미국의 수요 감소가 시장에 거대한 영향을 주면서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유가가 연말께 8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리먼브러더스의 에너지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애드워드 L. 무어스도 유가가 93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내년에 결국 오일 버블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어스가 제시하는 유가하락 근거는 ▲원유가 자체적인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점 ▲여름 이후 급격한 원유 수요 감소를 불러올 수 있는 중국의 경기 둔화 ▲원유 재고 급증과 함께 멕시코 만 등의 원유 증산에 따른 장기적인 기대 ▲2013년까지 1300만 배럴의 증산 능력 증강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 등이다. 
 
◇인플레 경감 기대 "환영"..변동성 경계도

이같은 유가 하락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글로벌 시장을 괴롭혀 온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경기둔화와 치솟는 물가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던 중앙은행들의 숨통을 트여 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가도 유가 급락을 경기둔화 신호로 인정하면서도 연이틀 오름세를 지속하며 이를 반기고 있다.

제퍼리스& Co의 수석 국채 운용역인 톰 디 갈로마도 "사람들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샀다"며 "(유가 급락으로) 주가도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가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때만큼이나 하락세 역시 단기간내 급격히 나타나면서 유가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도 여전하다. 아직까지는 유가 하락세의 전조라기보다는 급등락 흐름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원유 트레이더들은 상당한 수준의 유가 조정에도 불구, 유가가 급격히 하락했다가 다시 크게 올랐던 지난 석달간의 흐름과 유사하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폴 홀스넬은 "유가는 지속적으로 변동성을 보여왔고, 지난달부터 궁극적으로 방향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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