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이 대통령 사당?" - "이러다가 대통령 탈당!"

[워크숍] 30일 노 대통령-의원 만찬 앞두고 누적된 불만 터져
  • 등록 2005-08-30 오전 9:39:35

    수정 2005-08-30 오전 9:39:35

[오마이뉴스 제공] 30일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내 누적된 불만이 터졌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29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워크숍의 주제는 '경제활성화·양극화 해소·국민통합'이었지만 연정이라는 정치현안이 이들 주제를 압도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연정에 대한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렸고, 당청 소통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당정분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서부터 지도부 리더십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송영길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사당이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고, 정장선 의원은 "아직도 대통령의 뜻을 정확히 모르겠다"며 "왜 혼자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김영춘 의원은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며 대연정에 대해선 "통합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반대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의원은 "대연정은 사회통합도 정치통합에도 맞지 않다"며 "껍데기만의 통합이고, 결국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지역구도의 문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노 대통령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당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이러다가 대통령이 당을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의원은 "대통령이 혼자 나서고 당이 서포트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며 "당이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당이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보여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영길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사당인가"

의원들은 이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상임위 소속별로 조를 짜 분임토의를 벌인 뒤 밤 10시께 토론결과를 발표했다.

정무위·재경위 소속 의원들이 벌인 분임토의 결과를 신학용 의원이 발표했다. 신 의원은 "당이 소외된 것에 대해 많은 불만이 제기되었다"며 특히 "7, 8월 당이 벌인 민생 탐방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연정)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고 지지율도 하락했다"고 전했다.

신 의원은 또 "연정을 하면 개혁성을 상실하고, 수구-보수와의 전선이 흐려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면서도 "DJP를 예로 들면서 큰 목적과 의도를 위해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법사위·행자위 소속 의원들이 벌인 토론내용을 전한 문병호 의원은 "연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상당히 많았다"며 "대통령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차별성이 없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의 말뜻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이어 "대통령이 문제제기한 뒤 의원총회를 여는 등 당내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지금이라도 당 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위와 통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벌인 토론은 김성곤 의원이 전달했다. 김 의원은 당청 소통의 문제를 지적하며 "차제에 대통령과 당 사이에 공식적이고 정기적인 논의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연정 문제보다 양극화, 중소기업 문제 등 더 심각한 민생 현안들이 있다"며 "지역구도 타파가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당이 대통령을 서포트하지 않는다"

산자위·과기정통위 소속 의원들은 당청간 신뢰회복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 결과를 전한 김교흥 의원은 "당청이 한 목표를 위한 사즉생의 동기 유발이 필요하다"며 "선거구제 개편 등 정책적인 접근으로 나아갈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지금은 청와대와 야당만 정치를 하는 느낌"이라며 "당의 전략기획 기구를 가동해 속도 있게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건교위·농외수 소속 의원들의 토론 결과를 발표한 장경수 의원은 "대통령이 의제를 설정하고 당이 따라오라는 식은 맞지 않다"며 "대통령의 권위도 상실되고 차기 대선에서 우리당의 승리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대통령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충정에는 동의하지만 당은 당대로 자생력이 있는 것 아니냐"며 "내일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의원들이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유시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연정론은 연정론대로 가더라도 양극화 극복을 위해 우리가 국민들에게 해준 게 뭐 있냐는 진지한 반성이 많았다"며 "과반수 의석을 준 국민들에게 뚜렷하게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도 많이 나왔다"고 토론회 분위기를 전했다.

문희상 "대통령 '연정 진정성' 전혀 의심하지 말라"
지도부 진화 나서...문 의장 "요즘처럼 곤욕스런 적 없다" 토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워크숍 분임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문희상 당의장과 정세균 원내대표가 진화에 나섰다. 지도부는 각 분임토의장을 돌며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우선 문 의장은 이날 분임토론회 총평을 통해 "우리당이 '108 번뇌'를 가지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오는데,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은 건강성을 상징한다"고 자평했다.

특히 문 의장은 '대연정'과 관련해 "(연정)이걸로 대통령을 10번 이상 만났다"며 "노 대통령의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연정' 진정성은 전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지역구도 타파는 대통령 당선자 이전 국회의원 노무현 때부터 일관된 것으로 한사람의 정치철학 이전에 신념과도 같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문 의장은 또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지도부가 뭐 하는가', '왜 대통령과 간격을 만드는가'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며 "내가 이만큼 높은 자리에 있은 적이 없지만 또 이만큼 곤욕스러운 적도 없기에 조화롭게 해결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총평에서 "145명 의원들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자기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다룰 10대 핵심 추진 입법에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정치관계법'을 추가하자고 동의를 구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우리는 145척의 배가 있는데 이 배는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고 힘을 모으느냐에 따라 함선이 될 수 있고, 조각배가 될 수 있고, 종이배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의 뜻을 담는 함선이 되어야 하고, 의견을 통합해 어려움 극복하면서 우리의 역량이 배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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