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 '어린이약' 1위 한미약품 "코로나 딛고 두자릿수 성장 기대"

한미약품 중국법인, 생산·물류시설 확장
中 최대 규모 시럽제 생산 라인…분당 300병
9층 규모 스마트 물류창고…제조·출고 원스톱
  • 등록 2021-10-17 오후 12:00:00

    수정 2021-10-17 오후 9:23:02

한미약품 중국 법인 본사 전경.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베이징한미약품은 그동안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해 24시간 공장을 돌리기 일쑤였습니다. 생산라인 증설과 자동화 물류창고 확장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매출도 확장하리라 기대됩니다. 올해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실적을 뛰어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두자릿수 이상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15일 베이징 국제공항 인근 순이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베이징 단지는 중국 최대 규모의 시럽제 생산 라인 및 스마트화 자동화 물류창고 준공식으로 활기가 가득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시장에서 모처럼 들려온 한국기업의 공장 증설 소식에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베이징특파원과 만난 임해룡 베이징 한미약품 총경리(법인장)은 “중국의 정책 리크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제약기업의 면모를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겠다”며 이처럼 말했다.

설비 증설로 생산량 3배 늘어…분당 300대

한미약품은 지난 1996년 중국법인인 베이징 한미약품을 설립해 틈새시장인 어린이약 시장을 공략해 성장해왔다. 베이징 한미약품은 지난 2009년부터 10여년 동안 연평균 1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으로 손꼽힌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2% 늘어난 1239억원을 기록했다.

베이징 한미약품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생산라인을 확충했다. 새롭게 가동을 시작한 2층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위해선 흰색 작업복과 신발 커버, 제전 모자까지 써야 했다. 실제 제조 시설 사이에는 유리벽이 쳐 있어 외부인이 들어갈 수 없었지만 최대한 이물질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걸 막기 위해서다.

시럽제 생산라인에는 모두 6개의 10톤 규모 조제 탱크가 보였다. 4기는 조제를 하고 나머지 2기는 저장을 하는데 쓰인다. 조제 시스템이 원료 공급기와 원스톱으로 이어져 있어 4만리터 규모의 연속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7월 중국 정부로부터 GMP 인증을 받았다.

베이징 한미약품 포장 라인. 사진=신정은 기자
이렇게 제조된 시럽제는 바로 옆 포장 라인으로 이동한다. 약병을 잡아주는 설비가 간격에 맞춰서 움직이면 시럽제가 자동으로 채워지고, 뚜껑과 계량컵이 그 위에 덧씌워졌다. 약병에는 라벨이 자동으로 붙었고 설명서를 더해서 케이스에 들어갔다. 분당 생산량은 300병. 중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이번 증설로 베이징 한미약품의 연 생산 규모는 기존 7000만병에서 2억2500만병으로 3배 넘게 늘어 중국 최대 규모가 됐다.

모든 과정은 자동화로 진행돼 전 과정의 작업자는 단 18명에 불과했다. 작업자는 라인을 지켜보다가 부품이 부족하면 추가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10여명의 설비과 직원이 24시간 상시 대기하면서 기계 이상이 생기면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공장 관계자는 전했다.

완성된 시럽제는 10병 세트로 포장되고, 큰 박스에 모두 100병이 담겨 팔레트에 차곡차곡 쌓였다. 이 작업 역시 노랑 로봇이 맡고 있었다. 한 파렛트에 30박스가 쌓이면 이는 자동화 물류 창고로 이동한다.

자동화 물류창고는 45m의 9층 높이로 카메라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총 면적 6947㎡ 규모에 최대 약 9100파렛트를 적재할 수 있다. 약 250억원이 투입된 이 곳은 스마트 물류관리시스템인 WMS를 적용해 의약품 입·출고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베이징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의약품 제조시설에서부터 출고 및 유통 시스템까지 원스톱으로 일원화하게 된 것이다.

시럽제 생산 라인. 사진=신정은 기자
회사보다 유명한 ‘마미아이’…현지화 성공

1996년 설립된 베이징 한미약품에는 현재 중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670여명의 영업사원과 130여명의 연구개발(R&D) 인력 등을 포함해 약 1200명이 근무하고 있다. 2002년 6월에는 현지 생산기지를, 2008년 8월에는 독자적인 연구센터를 출범시키는 등 확장해왔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은 한중 수교 전인 1988년부터 중국을 왕래하며 어린이 의약품 시장의 잠재력을 발견했다. 당시 중국에서 제대로된 어린이 의약품이 없어 아이들에게 성인용 의약품을 쪼개서 먹이는 모습을 목격하면서다. 한미약품은 양국간 국교 수립 직후인 1992년 국내 업계 최초로 제품허가(항생제 ‘세포탁심’)를 받아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중국어로 ‘엄마 사랑’을 뜻하는 어린이 유산균정장제 ‘마미아이’는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중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미약품은 몰라도 ‘마미아이’는 대부분 알정도다. 마미아이는 현재 매년 7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개발한 대표상품인 기침 가래 약인 ‘이탄징’은 1000억원대 연매출을 기록하며 한미약품은 중국 어린이약 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됐다.

베이징 한미약품 연구 센터 내부. 사진=신정은 기자
한미약품은 중국 현지화 전략을 중시해왔으며 계속해서 R&D에 투자해왔다. 베이징 한미약품 R&D 센터에는 130여명의 연구원이 있는데 연구소장을 제외하곤 모두 중국인이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 석박사 출신들로 이뤄져있다. 한미약품은 중국의 출생율이 감소하면서 어린이약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 속에 성인약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경우 베이징 한미약품 연구센터 원장은 “한국의 한미약품 연구센터와 협력해 항암 및 면역질환 분야에서 3~4개의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영장류(원숭이) 연구 시설을 갖춰 최근 신약개발 분야의 큰 축으로 자리잡은 면역조절 약물 개발에 있어 차별화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신약개발에 집중하며 이중 항체 기술인 ‘펜탐바디(PENTAMBODY™)’를 통해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최근 임상결과를 발표했으며 이르면 5년 내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물류 창고.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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