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40대 역주행 블랙박스 영상보니..간신히 방향 튼 뒤 "아이고"

  • 등록 2019-06-05 오전 8:29:30

    수정 2019-06-05 오전 8:32:2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4일 조현병을 앓는 40대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면서 운전자는 물론 3살 된 아들과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의 예비신부 등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 당시 아찔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4일 오전 7시 34분께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65.5㎞ 지점에서 역주행하던 라보 화물차가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부딪쳤다.

이 사고로 라보 화물차 운전자 박모(40) 씨와 박 씨의 아들(3)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포르테 승용차 운전자 최모(29) 씨도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최 씨는 이달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로, 그의 차 안에선 지인에게 나눠줄 청첩장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당시 같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선 역주행하는 박 씨의 차를 본 화물차가 비상등을 켜고 급하게 차선을 옮기는 모습이 보인다. 뒤따르던 버스도 겨우 방향을 틀어 큰 사고를 모면한다. 버스 운전자의 “아이고” 소리도 들린다.

또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도 경적을 울리며 1차선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어 달리는 박 씨의 차량이 포착됐다.

4일 오전 충남 공주시 우성면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도로에서 라보 화물차(왼쪽)가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 차량은 마주 오던 포르테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씨는 이날 오전 3시 34분께 경부고속도로 경남 남양산IC로 진입해 오전 7시 15분께 당진∼대전고속도로 충남 예산 신양IC 인근까지 정상 운행했다. 그러다 7시 16분께 당진 방향으로 운행하던 차를 돌려 20여㎞ 가량을 역주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시각 경찰 상황실에는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는 박 씨의 아내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지 8분 후에 발생했다. 경찰은 박 씨의 아내로부터 조현병 환자인 남편이 최근 약을 먹지 않았고 아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신고를 받아 박 씨를 추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정상 주행하는 차를 서행시키고 박 씨의 차를 세우려는 조치에 나섰지만 사고는 막을 수 없었다.

경찰은 박 씨가 충남 서산의 어머니 집에 가던 중 역주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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