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생명공학 기업들의 인간 유전자 특허를 인정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미 대법원이 유전자는 특허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특별행정 고등법원은 2대 1 판결로 미리어드제네틱스가 여성의 유방암이나 난소암 발병 위험을 알 수 있는 2개의 유전자 특허를 보유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미리아드는 이 특허를 통해 관련 질병의 발병 여부를 유전학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상업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됐다. 미리어드는 관련 유전자를 처음 발견해 특허권을 신청했고 단 한번의 진단비용으로 4000달러를 받아왔다.
현재 인간 유전자 중 일부는 미리어드의 유전자처럼 특허로 묶여 있으며 이것이 유전자를 이용한 질병치료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돼 왔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생명공학 업계의 승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기존 의료업계 관행을 들어 특허를 불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의학계에는 타격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의학 연구진들은 자연의 산물을 특허화하는 것은 질병 치료나 연구를 방해할 수 있다며 미리어드를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 3월말 미국 대법원이 인간 유전자는 특허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리어드의 신청을 기각한 후 넉달여만에 다시 대법원 판결을 뒤집으면서 논란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항소법원은 “대법원이 우리의 결정을 후퇴시키지 못했다”며 “유전자 특허 허용이 자연의 법칙을 막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국 시민자유연대(ACLU) 등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다시 항소할 방침이다. ACLU는 “이번 판결이 의사나 과학자들이 자유럽게 연구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일을 방해할 것”이라며 “인간 유전자는 공기나 물과 같이 자연적인 것이며 기업에 소유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