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동산공화국]④사회..황금알에서 갈등의 핵으로

곳곳에 입주대란..LH 사업·경제자유구역 재검토
  • 등록 2010-08-11 오전 9:26:55

    수정 2010-08-11 오후 1:42:06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굴렁쇠는 멈추면 쓰러진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부동산 불패 신화가 `일단 멈춤`하면서 한국 사회도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가 중단되면서 부동산시장은 공황 상태다. 빚을 내 `막차`를 탄 가계는 불어나는 손실에 휘청거리고, 건설업체들은 쌓여가는 미분양과 입주 거부에 몸살을 앓는다. 매머드급 도시계획들은 좌초 위기를 맞았고 정부는 대책 마련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흔들리는 부동산공화국의 실태를 각 부문별로 진단해 본다. [편집자]

"대책 없는 입주는 거부한다" vs "많이 양보했다. 더 이상 안 된다"

기대가 좌절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분노했다. 분노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몰고 왔다. 막연히 계속되리라 믿었던 부동산 신화가 깨지면서 한국 사회는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가격 상승의 꿈에 부풀어 아파트를 계약했던 입주 예정자들은 막상 입주 시점이 다가오자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로 진통을 겪고 있다.

 



◇ 입주 거부에 건설사, 지자체까지 곤혹

입주 예정자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가 인하나 잔금 지급 유예 등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데다 무리한 조건을 다 수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은 깊어진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 일산자이 입주 예정자들은 최근 고양시에 준공 승인 연기를 요청했다. 이 단지의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대금 60% 2년간 이자 대납과 입주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이례적인 준공 승인 연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들은 정부기관 등에 보낸 탄원서에서 "입주기일로부터 2개월 내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엄청난 연체이자를 물게 되고 3개월만 지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돼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될 처지"라고 토로했다.

2008년 초 시세에 기존 아파트를 팔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사인 DSD삼호는 `분양대금 60%에 대한 1년간 이자 대납`이라는 조건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시공사인 GS건설도 다른 입주 단지와의 형평성이나 브랜드 이미지 등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 예정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입주 예정자와 건설사, 지자체까지 고민의 실타래에 얽혀 있는 셈이다.

시행사인 신영이 충북 청주시 복대동에 지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지웰시티도 지난달 입주가 시작됐지만 일부 계약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당초 예정됐던 백화점 입점이나 청주시청사 이전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 LH 사업 중단.."돈이 안 들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사업 중단으로 불거진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과의 갈등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주된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보유한 토지나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서 자금난이 가중된 것이다. LH의 미분양 토지 및 주택 규모는 모두 23조6800억원에 달한다.

건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공공택지 등 팔지 못한 토지만 20조6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사업비 5조원 규모의 판교 알파돔시티의 땅값을 받지 못해 좌초 위기에 놓인 것도 LH의 어려움을 짐작케 하는 예다.

보금자리주택 토지 보상 등 나갈 돈은 많은데, 이렇듯 들어올 돈이 묶여 있다보니 개발사업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이다.

개발 예정지 주민들과 지자체 반발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LH가 재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성남 구시가지 4개 구역 주민들은 이달 초 집회를 갖고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이지송 LH 사장 퇴진과 이재명 성남시장 주민소환 등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성남시의 지불유예 선언에 자극을 받은 LH가 사업 중단으로 맞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성남시는 법적 대응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도 사업 중단이 우려되는 파주 운정지구, 안양 냉천지구 등 주민들과 지자체도 사업 진행을 위한 결의대회를 갖는 등 반발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주택시장 침체로 경제자유구역 `흔들`

최근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재검토에 돌입한 것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맥이 닿아 있다. 아파트를 지어도 사업성이 담보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전국 곳곳의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의 마지막 안전판 같았던 주택 시장이 주저앉자 정부로서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 역시 지자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영종과 청라 등 경제자유구역일 둔 인천시는 2020년까지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개발사업이라며 예정대로 흔들림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 밖에 경기도와 충남에 걸쳐있는 황해경제자유구역, 광양만경제자유구역,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이 모두 사업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강제 해제`까지 거론했던 지식경제부는 반발이 거세지자 원하는 지자체에 한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이처럼 한국 사회 저변에 흐르던 부동산 신화에 균열이 가면서 각종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권정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동산팀 실행위원(변호사)은 "부동산 신화를 믿고 투자한 가계, 구도심 지역 주민 등이 궁지에 몰리자 사회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면서 "주택 구입으로 과도한 빚을 떠안게 된 채무자를 돕기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LH는 시장에서 못하는 일을 하는 곳인데, 최근 움직임은 공적 기능을 방기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서 "부채 문제는 어려운 숙제이지만 공적 기능이라는 본분을 저버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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