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 "코스닥 시장이 왜 이렇게 빠지죠?"
증권 전문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머뭇거리면서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서 그렇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을 내놓는다. 코스닥 뿐만 아니라 거래소나 다른나라의 주식시장도 같이 내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질문을 "왜 이렇게 투자심리가 냉각됐느냐" 거나 "왜 코스닥만 유독 더 심하게 내리느냐"는 식으로 바꾸면 대부분 코스닥 시장의 신뢰부족을 꼽는다.
작전과 테마의 온상..단타만 기승
"작전의 온상"이라는 불명예스런 이미지를 아직도 갖고 있고 실제로 주가의 급등락폭도 크다. 하루에서 몇번씩 사고 파는 단타족들이 주로 노리는 종목도 코스닥에 몰려있고 "○○○ 수혜주" 등 비이성적인 테마주도 대부분 코스닥 종목들로 구성된다. 이런 현상은 코스닥시장을 "믿지못할 곳"이라는 이미지로 자리잡게 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정보로 현혹하기 쉬운 개인들이 몰려있고 시가총액도 작아서 수십억원 내외로 시세에 영향을 주는 게 가능하며 최대주주나 경영진들로부터 내부정보를 빼내기 쉬운 종목이 주로 작전의 대상이 되는데 대부분 코스닥 종목들이 이런 타겟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정보에도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종목이 정보를 콘트롤하는 세력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라며 "이런 종목들은 공시도 많고 하루의 등락폭도 크지만 세력들은 먹고 빠져나오고 개미들은 손해봐서 손절매하기 때문에 중기적으로는 계속 주가가 흘러내릴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투자상담사는 "허수주문과 통정매매를 통한 시세조종은 시스템에 의해 적발될 가능성이 높지만 준비된 재료의 발표시점을 미리 알고 며칠 전부터 물량을 확보해가면서 주가를 띄우는 건 적발도 쉽지 않고 단순투자와 구분하기도 어렵다"며 "내부정보의 사전유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왜 이같은 현상이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온도와 습도, 양분이 갖춰진 곳에서는 곰팡이나 세균이 번식하듯이 코스닥시장의 태생과 환경이 이런 부작용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근시안정책+투기심리 합작품"
증권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원래 코스닥 시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한 시장"이라며 "시장을 만든 정부나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 거래의 대상이 되는 종목 모두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에 부진하던 코스닥시장이 IT붐을 타고 주가가 급등했고 코스닥에 진입하려는 회사들이 많아졌는데 시장의 투자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시장의 문을 넓게 열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거래종목 수를 늘리는 것이 과열된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맞추는 방법이기도 했고 먼저 등록한 업체들에 대한 특혜시비도 줄이는 길이었던 것.
그러나 2001년부터 IT거품이 꺼지면서 다시 시장의 수급이 깨진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증권업계는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투자자들의 눈높이 수준에 머물렀던 정책입안자들의 내공부족을 코스닥 추락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에 익숙해진 코스닥 경영진들의 도덕불감증도 신뢰 상실을 불러온 요소로 지적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경영철학이나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괜찮은 기술 하나로 짧은 시간에 회사를 키워서 보상을 받은 것에 익숙해진 경영진들이 주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소보다 대주주의 보호예수기간을 길게 잡아서 회사를 세운 대주주보다 나중에 투자한 기관이나 큰손들이 더 이익을 많이 가져가는 불공평한 구조도 대주주들의 보상심리를 자극,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의 치유책으로 부실기업의 빠른 퇴출을 첫손에 꼽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업이 부실해지고 주가가 떨어지는 회사들은 필연적으로 여러가지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이들이 도덕적으로 재무장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이들을 빨리 시장에서 제거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감독당국이 퇴출제도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감자나 외부증자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신속성에 중점을 둔 퇴출제도가 필요하며 퇴출됐던 회사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재등록할 수 있게 해서 고인 물을 양쪽으로 흐르는 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