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에서 석회화 수치는 일반적으로 병이 진행되거나, 만성화된 상태를 의미해서 특히 혈관질환에서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엑스레이(X-ray) 검사에서 심낭의 심한 석회화가 보이면 심낭염의 악화 정도가 심하다고 평가할 뿐 아니라, 일부 연구에서는 나쁜 예후와도 관련 있다고 보고되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심장CT를 이용해 보다 정밀하게 칼슘의 분포와 정도를 구별했을 때, 석회화 수치가 ‘낮은 환자’가 오히려 수술 후 증상 개선이 늦고, 재입원 빈도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장성아 교수는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 영상의학과 김성목 교수와 함께 성균관의대에 재학중인 이영현 학생을 지도해 국제심장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 최근호에 교착성 심낭염 수술의 예후를 가늠하는 지표로 ‘석회화 수치 모델’을 제시했다.
교착성 심낭염이란 심장을 감싸는 주머니 모양의 얇은 막(심낭) 두 겹이 서로 들러 붙는 질환을 말한다. 심낭에 염증이 발생했다가 가라앉는 과정에서 흉터 마냥 심낭이 딱딱해지고, 두꺼워지면서 생긴다. 이러한 심낭이 심장근육의 움직임을 방해하기 때문에 호흡곤란, 부종, 반복적 흉수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병이 더 진행하면 다장기 부전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이 환자군들은 수술 후 증상 호전이나 심부전 재발 빈도가 환자마다 달라서 예측이 힘들었는데, 기존에는 석회화 정도가 심하면 예후도 더 나빠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술을 시행했던 심장외과 정동섭 교수는 석회화 병변을 가진 환자가 오히려 심장과 잘 분리되어 완전하게 제거가 쉽다는 경험을 공유하였고, 경과 수술 이후 내과적 치료과정에서도 석회화가 적은 환자들이 재발이나 재입원 빈도가 많은 경험을 하였다. 이로부터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심낭제거수술을 받은 환자 98명을 대상으로 수술 전 CT검사에서 확인한 석회화 수치를 분석했다.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172주 동안 추적관찰하는 동안 석회화 수치가 높은 환자가 수술 이후 심부전 등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지는 빈도가 오히려 적었다.
칼슘 수치를 기준으로 낮은 그룹(37명)과 높은 그룹(61명)으로 재분류 하였을 때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낮은 그룹 환자에서는 43.2%(16명)이, 높은 그룹에서는 14.7%(9명)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이 보고됐다. 이러한 결과에 연구팀은 교착성 심낭염의 활동성 염증 시기가 완전히 끝난 완벽한 만성 상태인지, 아직 염증세포가 활동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 것으로 풀이했다.
상대적으로 석회화 수치가 높은 환자는 교착성 심낭염이 완전히 만성화됐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수술로 제거하는 이점이 뚜렷한 반면, 낮은 환자의 경우 아직 일부 염증세포가 활동하고 있는 상태로 수술 이후에도 염증 세포가 재활성화하거나 섬유화가 진전되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장성아 교수는 “심낭제거수술은 교착성 심낭염을 상당수에서는 완치에 가깝게 호전시킬 수도 있다. 다만 예후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이번 연구가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