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⑮포도 사라져도 와인 마신다…4차산업, 먹거리에 어떤 변화?

AI, 와인에 함유된 다수 물질 후보군 데이터 학습으로 와인과 똑같은 맛·향 가진 구조물 찾아
'푸드 컴퓨터'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캘리포니아산 오렌지 즐길 수 있어
4차산업혁명 기술, 배달·요리·맞춤형 음식 등 활용 범위 확대
  • 등록 2018-11-18 오후 12:57:46

    수정 2018-11-18 오후 12:57:46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OpenAG 푸드 서버. 사진= OpenAG Initiative, MIT 미디어 랩.
[이연호 기자] 와인 애호가들에겐 다소 슬픈 소식이 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오는 2050년이면 전 세계 포도 농장의 3분의 2가 포도재배에 적합치 않은 기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

인공지능(AI)이 와인 애호가들의 실망감을 잠재울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AI는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와인과 똑같은 맛과 향을 가진 구조물 조합을 찾는다. 사람들이 즐기는 와인에 많이 함유된 다수의 물질 후보군들을 데이터로 넣어 주면 AI가 학습을 통해 최종적으로 최적의 결과물을 산출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대면 방식의 시음을 통한 인공 와인 개발에 비해 비용이나 오차, 오류를 최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단 와인 뿐만이 아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4차산업혁명 기술은 우리의 식탁과 음식 산업에 다양한 변화를 준비 중이다. 생산 측면에선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여러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은 전통적 개념의 농업 개념을 완전히 바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에서는 보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칼렙 하퍼(Caleb Harper) 교수는 지난 2015년 프로젝트 조직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여 ‘Open Agriculture(OpenAG) Initiative’(공유 농업 계획)다.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실내도시농업을 표방하며 오픈소스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 플랫폼은 바로 ‘푸드 컴퓨터(Food Computer)’다. 푸드컴퓨터는 물, 온도, 습도, 일조량, 토양의 영양분 등 각종 작물 생육 환경을 컴퓨터로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며 식물 성장을 최적화한다. 또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누구나 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푸드 컴퓨터 제작 방법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가 상용화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먹기 위해 들어가는 유·무형의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우리나라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배달의 민족’ 자율주행 음식 배달 로봇 시제품 ‘딜리’의 현장 테스트 모습. 사진=우아한형제들.
4차산업 기술은 음식 배달에서도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3월 음식 주문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 배달로봇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위치 추정 센서와 장애물 감지 센서를 장착한 이 로봇은 장애물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자율주행으로 목적지까지 음식을 가져다 준다. 우아한형제들은 푸드코트 등 제한된 실내 공간 등에서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이 로봇을 2~3년 뒤 실제 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배달 로봇의 연장선상에서 글로벌 인터넷 쇼핑몰 업체와 음식 배달 업체들은 단거리 배송서비스에 이미 드론까지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AI를 활용하면 영국의 세계적 스타 셰프인 고든 램지를 닮은 로봇 요리사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드는 고든램지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그대로 모방해 그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학습을 통해 그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함으로써 훌륭한 토마토파스타가 탄생할 수 있게 된다.

때론 독이 되는 음식엔 푸드해킹 기술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음식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세한 전기 충격을 사용해 사람의 감각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전기 포크를 이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줄일 수도 있고 가상현실(VR)과 블루투스 기술이 적용된 가짜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사람은 비만이나 당뇨 걱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또 항생제와 동물성 지방에 대한 걱정을 없앤 ‘고기가 없는 고기’를 만드는 것도 AI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3D프린팅 기술은 개인 맞춤형 음식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3D 음식 프린팅 시장은 오는 2023년까지 5억2560만 달러(약 59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식품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식품용 3D 프린터 연구를 진행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의뢰를 받은, 실리콘밸리 3D프린팅 스타트업 ‘비헥스(Beehex)’는 지난해 3월 6분 내에 피자 한 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를 개발해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도움말=황유진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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