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개인회생제도’ 이야기를 꺼내며 하소연했다. 채무를 상환하지 않기 위해 악의적으로 법원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특히 ‘채무자회생법’ 개정을 통해 개인회생 변제기간이 종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면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더욱 늘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들의 개인부실채권률은 5~6% 수준으로 전체 채권 중 비중이 적지만 최근 조금씩 늘고 있다”며 “변제기간이 줄면서 ‘3년만 버티자’며 악용하는 차주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면제뿐 아니라 변제기간 동안 채무자의 안정적인 채무이행 및 경제활동 보장을 위해 이자 가산과 추심도 ‘올스톱’ 된다. 이에 따른 금액적 손실과 부담은 고스란히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에서 △개인회생 신청 직전 고의로 소득 또는 자산 가치를 낮춘 채무자 △신청을 염두에 두고 대출을 받아 소비해버린 채무자 △신청 전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고액 무담보 신용대출을 받은 채무자 △신청 직전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챙긴 채무자 △채권자의 강제집행 혹은 권리행사를 피하기 위해 신청을 반복하는 채무자 등 수많은 악용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서민경제 회복이라는 대의(大儀)는 좋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로 곪을 수 있다. ‘돈’ 앞에서는 채무자뿐 아니라 모두 작아질 수밖에 없는 채권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