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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동 전용면적 29.75㎡짜리 원룸은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5만원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월세가 10만원(15.3%) 떨어져 5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합정동 R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원룸 물량이 늘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며 “인근 서교동과 상수동에도 원룸 물건이 나오고 있어 이야기를 잘하면 월세를 3만원 정도 더 깎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시간 온라인 부동산 직거래 카페와 서울 주요 대학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원룸 단기임대’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었다. 지방에 내려가거나 해외단기 연수를 이유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거주할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다. 시세는 보증금 100만~1000만원, 월세는 25만~50만원까지 다양하다. 이화여대 영문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씨(21)는 “월셋방을 1년 단위로 계약해 집(부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쓸 학생을 인터넷을 통해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이 본격화되면서 대학가 원룸촌도 비수기를 맞고 있다. 임대 사업자들은 여름방학 동안 남은 방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5만~10만원 정도 월세 할인에 들어갔다. 세입자들도 스마트폰과 온라인을 이용한 직거래로 단기 임대 세입자 구하기에 나섰다. 방학 동안 월세를 아끼기 위한 학생들의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계약 사항을 분명하게 정하지 않고 암암리에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2인 가구를 위한 신규 오피스텔 공급도 원룸 공실(빈 집)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포·서대문구에 공급된 오피스텔은 1261실로 상반기 서울 전체 물량(2620실)의 48%가 집중됐다. 상반기 이 지역에 분양한 오피스텔도 마포한강2차 푸르지오(448실)·e편한세상 신촌(100실) 등 1853실로 향후 공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주거 환경이 열악한 원룸을 떠나 2~3인이 짝지어 신규 오피스텔을 찾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원룸 이용 학생 수요자가 더 줄었다.
이렇다 보니 최근 들어 원룸 월 임대료도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최상근 제일공인 대표는 “원룸 임대사업자들이 월셋 값을 5만~10만원 내렸지만 수요는 뜸하다”며 “최근엔 공인중개업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집을 구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원룸 문의도 30%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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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집주인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음성적인 계약은 집주인이 계약해지나 피해보상 등을 청구할 수 있어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한다”며 “단기임대라 하더라도 상호간 계약서 등을 꼼꼼히 작성해 혹시 있을 기물 파손이나 보증금 등의 피해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