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현대그룹 신용도, 상선 실적과 경영권 부담에 달려"

  • 등록 2013-10-09 오후 1:11:39

    수정 2013-10-09 오후 1:11:3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한국기업평가는 현대그룹의 신용도가 현대상선(011200)의 실적 회복과 재무구조 개선, 경영권 관련 계열사 지분 매입 부담 등에 달렸다고 판단했다.

김봉균·서강민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9일 ‘현대그룹 현황과 주요 모니터링 요소’ 보고서에서 “금융부문을 제외하면 현대그룹은 운송서비스업에 특화돼있다”며 “특히 현대상선이 그룹 내에서 전체 매출액 80%, 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신용위험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상선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단기성 차입금만 1조7600억원에 달한다. 선대 관련 투자 5150억원, 장기용선료 2조5000억원 등을 고려하면 그룹 전체 차입금의 85%를 부담하는 셈이다.

김봉균 연구원은 “해운시황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지금 수익과 현금흐름 등을 고려했을 때 차입금을 상환하기는 어렵다”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이 시급한 이유는 지배구조상 문제도 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글로벌’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췄다.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안정화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파생상품계약에서 현대상선 주가에 따라 지분법 손익 등으로 다른 주요 계열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6월 말 기준, 기초자산인 현대상선 등의 주가가 내리면서 현대엘리베이터에 계상된 파생상품평가손실은 3500억원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파생상품 관련 손실은 회계상에서 발생한 항목으로 직접적으로 현금이 유출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 일부 파생상품 만기가 돌아오면서 현대상선 등의 주가에 따라 실제 현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주요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거나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등 대규모 자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또한 신용도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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