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ATM기도 아니고`..유증 꺾기 `천태만상`

부실회사간 유증 상부상조도 등장
공시 심사 강화 및 회령·배임시 통보
  • 등록 2011-03-20 오후 2:38:14

    수정 2011-03-21 오전 8:44:35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일명 `유상증자 꺾기`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회사에 손실을 입히는 유증 꺾기가 발견될 경우 관계자들을 검찰에 수사 통보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 기상천외 `유상증자 꺾기` 등장..당국 "아이구, 머리야"

코스닥에 상장된 A사는 지난 2009년 K씨 등 3명을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조달, 이들은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K씨 등은 대표이사로 취임 이사회를 장악한 뒤 177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 K씨 등에게 253억원을 대여했다. A사는 이 돈을 결국 회수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부도를 내고 상장폐지 됐다.

유상증자 후 들어온 자금을 그대로 투자자들의 껍데기만 남은 자산을 인수하는데 쓴 사례도 여럿 적발됐다.

코스닥사 B사는 지난해 1월 M씨 등 19명을 대상으로 41억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다음날 이들로부터 부실 비상장회사인 C사의 주식 31.4%를 41억원에 인수했다.

C사는 2009년말 기준 자기자본 5억원이며, 2008년에는 91억원, 2009년에는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F씨 등 12명은 D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 D사의 비상장 자회사에 48억원을 대여한 뒤 이 회사가 다시 F씨 등 12명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인수토록 해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들끼리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을 늘리는 `상부상조`형도 있다.

E사는 지난해 12월 제3자배정 증자로 G사로부터 20억원을 출자받고, 다음날 같은 금액으로 G사의 증자에 참여했다. E사는 자본이 확충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였고, G사는 관리종목 탈피를 위해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같은 유증 꺾기는 증자 직후에 증자자금이 곧바로 인출돼 발행회사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발행회사는 사전약정에 따라 청약자로부터 자산을 고가 취득하거나 담보 없이 자금을 대여함에 따라, 재무구조가 부실화돼 상장폐지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은 변칙적인 유상증자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이 공시될 수 있도록 금전 대여, 자산양수 등에 대한 공시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금전 대여, 자산양수 관련 공시 등을 점검해 공시위반 사례는 적극적으로 조치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청약자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자산의 고가 취득, 무분별한 금전 대여 등으로 회사의 손실 가능성이 높은 경우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통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달 7일부터 관리종목 또는 투자주의환기종목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이후 6개월 이내에 제3자 배정자에 대한 출자, 대여금 지급 등 사실상 유상증자 꺾기 행위를 하는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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