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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이 건물을 구입해 지금의 모습으로 꾸민 비구니 정위 스님은 "전통 사찰이 산에 많이 있어서 그렇지, 절이 꼭 산속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사람들이 마음을 씻고 싶을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꾸미고 있다"고 했다. 길상사에 다가설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도자기 모자이크로 꾸민 미륵불의 벽화다. 한 손을 턱에 괴고 빙긋 웃는 추상적인 부처의 모습을 향해 네 그루 보리수가 굽어진 모습이 관악산 끄트머리 울창한 나무 아래 어우러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안토니오 가우디(Gaudi)가 지은 성가족성당의 파격이 연상되는, 선입견을 훌쩍 뛰어넘은 현대 불교 미술의 생생한 현장이다. 3층 법당 역시 벽 전체를 흰 빛깔의 도자 모자이크로 꾸몄다. 지방을 돌며 한옥을 허물 때 버려지는 나무를 가져다 깐 마루엔 만(卍)자 모양 창틀을 통해 스며드는 햇살이 시시각각 원을 그리며 번진다. 후불탱화 없이 삼단으로 놓인 14개의 작은 불상은 사색의 희열에 빠진 듯 야릇한 미소를 품는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하지 않는다.' 정위 스님이 절을 꾸미며 원칙으로 삼았다는 삼국사기의 한 구절이 도심 속 작은 절에서 기분 좋게 펼쳐진다. 문의 (02)883-7354 www.gilsangs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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