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부동산)②주택시장 붕괴로 ''패가망신'' 속출

미국 집값 2006년 2분기 고점찍고 급격히 하락
2008년 4분기 평균 집값은 고점대비 27% 떨어져
피닉스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등은 40% 넘게 급락
  • 등록 2009-04-15 오전 9:45:36

    수정 2009-04-15 오전 9:45:36

[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엘리자베스와 제임스 팜 부부는 얼마전만 해도 허드슨강에 인접한 뉴저지 호보컨 지역에 새집을 갖는 부푼 꿈에 차 있었다.

팜씨 부부가 갖게 될 집은 럭셔리 주택 전문업체인 톨 브러더스(Toll Brothers)가 지은 방 2개짜리 연립주택으로, 강 건너편 맨해튼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집값도 95만달러를 가하는 고급주택이었다.  

이들 부부는 2005년 집값의 10%선인 9만4000달러를 다운 페이먼트(계약금)로 지불하고 집을 계약했다. 나머지 잔금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갚을 생각이었다. 

▲ 팜씨 부부와 아이들.
그러나 작년 9월 부동산 거래의 마지막 절차인 클로징 날짜가 돌아왔을 때 은행들이 모기지를 받으려면 다운 페이먼트를 적게는 15%, 많게는 25%까지 추가로 넣으라고 요구했다.

마침 이 무렵은 월가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해 맨해튼과 뉴저지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얼어붙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모기지 대출도 매우 까다롭게 돌변했다. 

팜씨 부부는 추가로 요구받은 다운 페이먼트를 도저히 맞출 수 없었다. 톨 브러더스에 사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윽고 계약불이행이 선언됐고, 팜씨 부부는 15년간 모았던 10만달러에 가까운 계약금을 모두 떼이게 됐다. 부부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지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 주택시장 붕괴로 `패가망신(敗家亡身)` 속출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되면서 팜씨 부부와 같은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 하락은 주택의 담보가치를 계속해서 떨어뜨렸고,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한 융자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극도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주택시장에 돈줄이 말랐다.   
 
특히 저소득층에게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무분별하게 제공된 결과, 주택시장 붕괴로 문제가 커졌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받은 사람중에는 애시당초 모기지를 상환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집값이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남기려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택시장의 급작스런 붕괴로 집을 팔지 못하고 물린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주택시장 거품기에 유행했던 `페이옵션 모기지(Option ARM)`나 `2/28모기지`와 같은 변동 모기지에 가입한 사람들은 더욱 문제가 됐다. `2/28모기지`의 경우엔 초기 2년간 초저금리가 적용되지만 3년차부터는 변동금리가 적용돼 원리금이 갑작스레 불어나는 구조였다. 집값이 오를 때야 단기차익을 내고 팔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자 문제가 됐다. 집값이 하락하고 거래마저 끊긴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집값이 연일 급등하던 2003~2005년 무렵엔 홈에쿼티론도 유행했다. 홈에쿼티론은 1차대출인 모기지 부채를 제외하고 남은 주택의 담보가치로 2차로 돈을 빌리는 융자제도로, 집값이 계속 오르던 당시만 해도 홈에쿼티론으로 10만~20만달러를 융자받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홈에쿼티론으로 융자받아  `2/28모기지` 같은 변동모기지를 끼고 주택 투기에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예컨대 10만달러를 대출받아 다운페이먼트 자금으로 3만~5만달러씩 나누고, 여기에 변동모기지를 얹어 렌트(월세)를 줄 경우 소형 주택 2~3채를 보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시장이 붕괴되자 몇채씩 투자한 사람들은 모기지 상환이 불가능해졌고, 투기한 집들은 물론이고 자기가 살고 있는 집마저 차압을 당해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  미국 집값 99년을 고비로 집값 폭발적으로 상승

맨해튼 지역 부동산중개 전문업체인 `할스테드`에서 중개인으로 근무중인 정철영씨는 " 뉴욕의 집값은 80년대 후반 피크를 친후 90년대 후반까지는 집값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던 것이 99년을 고비로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한다.
 
실제 통계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집값이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90년대 후반부터 상승세가 시작됐다. 싱글하우스 기준으로 분기별 집값 상승률은 95년 4분기만 하더라도 전년대비 2.1%였지만 97년 4분기에는 7.0% 상승했다.
 
이후 98년 4분기에 8.2%로 상승했고, 2002년 4분기에는 전년대비 10.6%를 기록했고, 2004년 4분기와 2005년 4분기 평균 집값은 전년대비 각각 14%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의 집값은 2006년 2분기에 고점을 찍었고 이후 주택가격은 2007년과 2008년 2년 연속 급격히 하락했다. 2008년 4분기 집값은 전년동기에 비해 18.2%가 감소했고, 2006년 2분기 피크에 비해선 26.7%나 떨어지며 2003년 3분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하락했다.  

 

올들어서도 집값 하락세를 멈춰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현재 대도시별 집값 하락률(전년비)은 피닉스(35%) 라스베가스(32.5%) 샌프란시스코(32.4%) 등이 30%대를 넘어섰고, 마이애미(29.4%) 로스앤젤레스(25.8%) 샌디에이고(24.9%) 탬파(23.3%) 디트로이트(22.6%) 등은 20%를 상회했다. 
 
피크를 쳤던 시점과 비교할 경우 도시별 집값 하락폭은 더욱 컸다. 피닉스의 경우 고점이었던 2006년 6월에 비해 48.5%나 떨어졌다. 피닉스 이외에도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은 고점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물론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최근 데이타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의 집값 하락폭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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