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말들이다. 그만큼 경제흐름이 만만치 않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옮겨가면서 산업 현장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10년여만에 찾아온 위기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모두들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기를 직시하되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우리는 달러가 없어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나라를 수년만에 세계 5대 외환보유국으로 바꾼 저력을 발휘했다. 세계개발은행은 이를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적은 또 있다. 전쟁 폐허를 겪은 세계 최빈국을 수십년만에 메모리반도체· LCD· 디지털TV· 조선 세계1위, 조강(철강)생산 세계5위, 자동차생산 세계6위의 10대 세계경제대국으로 탈바꿈시키는 힘을 보여줬다.
희망이 없으면 노력도 없다고 했다. 희망만 가지면 그곳에서 행복의 싹이 움튼다고도 했다. 위기가 불러오는 불안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경험이 축적돼있고, 10년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산업경쟁력과 기술력, 우수한 인재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제 그 자산을 써 볼 '기회'가 왔다. 위기는 곧 기회다. 희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땀 흘린다면 위기극복이라는 알찬 열매가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편집자)
A씨는 요즘 매주 로또를 산다. 광고업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데 최근엔 통 일거리가 없다. 사실상 실직상태나 다름없다. 뚜렷한 수입이 없어 결혼도 계속 미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로또에 대한 기대는 이제 집착으로 변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항상 실망 뿐이다.
B씨는 올 들어 주가가 급락하면서 큰 돈을 잃었다. 초조해진 B씨는 한번에 손실을 만회하려는 생각에 선물·옵션 등 고위험 투자에 손을 댔다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모두 거덜나고 말았다.
절망의 시대, 대한민국이 또 다시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폐인이 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더 이상 놀라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로또와 경마는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으며 팍팍한 현실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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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주의`에 따른 범죄와 자살, 가정파탄 등은 일차적인 폐해에 불과하다. 팍팍한 경제현실과 심리적 박탈감이 서민들의 근로의욕 상실로 이어질 경우 한국경제의 존립기반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서민들 현혹하는 사행산업 `기승`
최근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이 `인생한방`을 좇고 있다는 징후는 뚜렷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로또 판매액은 주당 평균 4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가량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매자의 실망감이 커지면서 구매수요가 더 이상 늘지 않는다는 소위 `로또 피로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경마장이나 강원랜드를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한국마사회는 올해 작년보다 13% 증가한 7조4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고, 강원랜드 역시 10% 이상의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급락세를 면치 못한 주식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한탕주의`는 여전하다. 특히 최근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는 흡사 도박판을 방불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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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불법도박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및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월18일부터 한 달간 적발된 불법 도박사이트만 729개에 달한다. 입건된 인원은 모두 1681명. 최근엔 유명 연예인과 프로선수들이 인터넷도박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가히 `도박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상상초월
로또와 경마, 카지노, 인터넷도박 등의 사행산업은 수익성이 높아 매력적인 산업영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06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다이야기` 사태 당시 게임 이용자들이 입은 금전적 손실만 6조원이 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 가정파탄과 자살, 범죄 등으로 이어지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심리적 박탈감과 `한탕주의`가 근로의욕 상실로 이어질 경우 국가경제의 존립기반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바다이야기`의 피해자 대부분은 일용직 근로자를 포함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서민들이었다. 국가경제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서민들이 도박판으로 내몰릴 경우 경제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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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규제보다는 이용자 스스로 도박을 멀리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도박예방과 치유를 위한 우리나라의 기금비율은 다른 나라의 15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훨씬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팅하는 한국사회`라는 책을 펴낸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김세건 교수는 “경제가 안좋을수록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도박을 비롯한 한탕주의에 빠지기 쉽다”며 “더 이상 국민들이 로또 한 장을 삶의 희망으로 여기며 살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