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부동산)"수급대란 온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 등록 2008-07-11 오전 10:41:33

    수정 2008-07-11 오전 10:41:33

[이데일리 박성호기자]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 건설사들이 주택공급을 더욱 줄일 겁니다. 수급난이 심각해 지는 것이죠."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는 상당부분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고용과 물가안정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도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에 동의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각종 규제로 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게 되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것은 주택 공급부분"이라며 "자재값이 올라가는 것보다 자재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자재값 인상분이 원가에 바로 반영되기 힘들고 반영되더라도 시장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분양 물량이 소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택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도 문제지만 경제가 다시 회복기에 진입할 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건설사들이 공급을 대거 줄이게 되면 경제가 회복됐을 경우 심각한 수급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김 교수는 "건설사들을 도와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지속적인 공급을 통해 주거를 안정시킨다는 차원에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 하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거래비용, 금리, 시장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해 보유를 할지,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팔아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야 다양한 선택이 있을수 있겠지만 집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대출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며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 하의 정책운용방향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회복이 요원해지고 반대로 경기부양책을 쓰면 인플레이션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중 광의통화(M2)는 4월보다 17조2000억원 증가한 135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99년 6월 증가율(16.1%)이래 최고치다. 최근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에서 보듯 고유가 등 수입원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지만 시중 유동성이 증가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세계 여러나라들이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증가시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경험이 있다. '유동성 증가→물가상승→임금상승'의 악순환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이다. 재계 일부에서는 생산성 개선의 방법으로 감세,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필연적으로 유동성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다.  
 
재계의 바람과는 달리 현재로서 정부는 금리인상 등 긴축 경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내달 정책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경환 교수가 말했듯이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그 속에서 신중하고 균형잡힌 대응방안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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