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를 팝니다…"그만 좀 먹어"
프리랜서 번역가인 김원정(29)씨는 최근 늦잠 자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움직이는 알람시계를 샀다. 알람이 울리면, 시계 옆에 달린 바퀴가 움직이며 방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바닥에 약간의 요철만 있으면 '통통' 튀고, 책상에서 떨어져도 망가지지 않고 다시 돌아다니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김씨는 "아침마다 시끄럽게 우는 시계를 잡으러 뛰어다니다 보면 잠이 확 깨곤 한다"며 "귀찮고 짜증나지만 도움 되는 물건"이라고 웃었다.
이 알람시계를 수입해서 파는 디자인 상품 회사 '디버거(www.dburger.co.kr)'측은 "작년 말부터 500여개씩 소량만 수입해서 팔기 시작했는데, 내놓자마자 2~3일 만에 상품이 다 품절 사태를 빚어서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약 2000여 개가 팔렸다. 20~30대 직장인, 독신 여성들이 특히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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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디자인 쇼핑몰 '텐바이텐'에선 '키스 메이커'라는 이름의 입냄새 측정기를 판매한다. 측정기를 손에 쥐고 후~하고 입김을 불면 입냄새 정도에 따라 화면 속 여자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거나, 얼굴을 살짝 찡그린다. 텐바이텐측은 "즉각적으로 표정을 보여주는 여자의 모습 때문에 깜짝 놀라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과학자 차우소브스키(Hryhory Chausovsky)는 '스마트 플레이트(smart plate)'라는 접시를 개발했다. 소비자가 정해놓은 특정 무게 이상의 음식을 담으면 접시 내에 부착된 자동센서가 그 무게를 감지하고 "그만 먹어(Stop right there!)", "대체 의지가 있는 거야?(Where's your willpower?)"라고 외치기도 한다. '각성 효과'를 얻고 싶어하는 이들이 환호하는 상품이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디지털 잔소리 상품들이 뜨고 있다"며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자동차 내비게이션, 꾸준히 팔리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도 사실 잔소리를 파는 상품들이다. 잔소리 마케팅은 곧 세계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잔소리 상품' 위한 연구도 활발
영국 BBC 인터넷판 뉴스에 따르면, 스웨덴의 미드 스웨덴 대학교(Mid Sweden University) 연구진은 이른바 '말하는 종이'를 개발했다. 전도성 잉크(conducive ink)와 인쇄된 스피커로 구성돼 종이에 손을 대면 녹음된 소리가 난다. 담뱃갑에 손을 대면 "폐암·후두암에 걸려 고생하고 싶지 않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는 '담배의 경고'를 목소리로 듣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