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부동산 상식이다. 실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기존 아파트 가격도 같이 뜀박질했다. 그러나 부산·대구 등 지방주택 시장 사정은 전혀 딴판이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4,5년 사이에 2배 정도 올랐지만 낡은 아파트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처럼 인구가 줄어들고 주택공급이 많은 지역에서는 입주 후에 계속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분양가 오르면 기존 집값도 오른다? 지방 부동산은 무관
서울·경기도의 경우, 신규 분양가 상승세와 기존 주택가격 상승세가 거의 비슷하다. 서울의 경우, 2002년 말 신규 분양가가 평당 919만원이었으며 기존 아파트 가격은 평당 904만원이었다. 최근 신규분양 아파트는 평당 1538만원이고 기존아파트는 1427만원이다. 경기도도 분양가가 평당 601만원에서 1025만원, 기존아파트는 558만원에서 884만원으로 급등했다. 분양가와 기존 아파트 매매가가 거의 비슷하게 급등했다.
◆서울은 낡을수록 오르는 현상
새 아파트와 오래된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커지는 현상은 전국적이다. 부산은 5년 이내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624만원인데 비해 11년 이상 된 아파트는 362만원으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대구도 5년 이내가 670만원, 11년 이상 된 아파트는 419만원이었다. 서울은 5년 이내 아파트가 평당가격이 1606만원인 반면, 6~10년 된 아파트는 1134만원에 그쳤다. 반면 11년 이상 된 아파트는 1502만원으로 높았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서울의 경우, 11년 이상 된 아파트는 재건축 기대감이 반영돼 낡을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에서 나타나는 신규·기존아파트 가격의 양극화 현상은 일본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10여 년간 주택시장이 침체된 일본의 주택은 입주 후 가격이 끊임없이 하락한다.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에 비해 비싼 것은 마치 새차가 중고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것만큼이나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전반적인 주택수요가 줄어든 때문이다. 재테크 수단이 되지 않는데도 일본에서 연간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이 지어지는 것은 최신 주택에 살고 싶어하는 실수요가 있어서다.
건설산업전략 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일부 지방은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전체 경기가 좋지 않아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지역경기가 좋지 않은 상당수 지방에서는 주택수요 자체가 감소해 주택이 재테크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