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중독인데...” 태블릿PC 보급에 걱정 앞서는 부모들

조희연 “2025년까지 모든 중·고생 지급”
학부모 “기기 의존도 심각한데 걱정 커”
전문가 “학생·교사가 합의한 규칙 필요”
  • 등록 2022-09-09 오후 12:00:00

    수정 2022-09-09 오후 12:00:00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데요. 다 우회해서 유튜브보고 게임하죠.”

서울 양천구에서 중1 딸 아이를 키우는 이모(43)씨는 요즘 아이와 밤마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교육용으로 지급된 태블릿PC 때문. 딸 아이는 새벽에도 몰래 스마트기기를 사용한다. 교육용 스마트기기는 교육용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게 설정돼 있지만, 디지털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청소년들은 이를 우회해 게임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교육용 스마트기기인 ‘디벗’ 배부 현장에서 신연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기기 의존도 심각한데 관리는 ‘엉망’

지난달 3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용 태블릿·노트북PC인 ‘디벗(디지털 벗)’을 2025년까지 서울시내 전체 중·고등학생에게 보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스마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교육용’이란 명목으로 교육청이 태블릿·노트북PC를 무료로 나눠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용 스마트기기를 보급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의 경우 지난달 1인 1기기 보급을 완료했으며 경북교육청은 올해 말까지 초3부터 고3까지 1인 1기기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의 ‘디벗’ 확대 보급에 일부 학부모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의 스마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과의존위험군 비율은 37%로 전 연령대에서 최대치를 차지했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스마트기기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천구에서 중1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모(47)씨는 “개인 휴대전화도 관리하기 어려웠는데 디벗은 더 관리가 안된다”며 “아이에게서 스마트기기를 뺏고 싶어도 사춘기여서 오히려 반감만 생길까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학교가) 아이에게 스마트기기만 주고 관리를 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디지털 학습 프로그램 ‘디벗’(디지털+벗) 발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락용 방지 차단해도 우회...“음란물 보기도”

시·도교육청은 MDM(Mobile Device Management)과 수업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 학생들이 교육용 이외에 오락용 등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MDM은 모바일 단말기 원격 통제 시스템으로 유해 어플리케이션 삭제와 음란 사이트를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수업 관리 소프트웨어는 수업 중 교사가 학생 기기를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 교육활동 외 다른 활동을 막아내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학생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쉽게 무력화시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디벗 게임 설치’ 등 검색어를 설정하면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방법이 수없이 많이 나온다. 서초구에서 중1 아들은 키우는 유모(45)씨는 “아이들에게 교육 목적으로 쓰기로 약속하고 이런 시스템만 설치해놓는다고 제대로 관리가 되겠는가”며 “아이가 밤에 몰래 유튜브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 엄마들은 아이가 음란 동영상을 보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스마트기기를 개인이 계속 가지게 하는 것은 수업시간에만 활용하면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예습·복습에만 기기를 사용토록 하고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스마트기기 활용 수칙 등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업시간에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에게 처벌을 내리듯 스마트기기에도 이런 원칙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스마트기기 사용내역을 조사하고 음란 사이트 등 비교육 목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이를 지도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으아악! 안돼! 내 신발..."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