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면 풀빛이 파래지고, 만물은 소생한다는데 자신은 소생은커녕 더욱 더 고사되는 느낌이 든다고 호소한다. 다행인 것은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대다수가 이런 증상을 느낀다는 것. 피로는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10대 증상 중의 하나인데 봄이 되면 더욱 증가한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춘곤증은 추위가 가는 계절의 변화, 업무 환경의 변화, 과로 등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심각한 질환도 이렇게 시작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람들이 병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춘곤증을 포함해서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개인의 생활습관이다. 불규칙한 식사시간, 너무 자주 먹게 되는 인스턴트 식품, 폭식, 과로와 충분치 못한 휴식, 운동 부족, 흡연, 과다한 음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같이 춘곤증의 원인이 흔한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조 교수는 “깨끗하지 못한 연료를 사용하고 비포장도로를 마구 달린 자동차는 빨리 고장 날 수밖에 없는 이치로, 신선하지 못한 음식에 불규칙적인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의 몸은 빨리 망가지게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우리 인체는 심한 독감을 앓은 후에도 아무 후유증 없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뛰어난 회복력을 가진 반면, 물을 조금 적게 마셨다는 이유로 피로가 유발되기도 하는 섬세한 기관인 것이다. 봄이 되면서 잦아지는 야외 활동과 집회, 이로 인한 과음, 불규칙적인 수면은 춘곤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몇몇 신체적 질환들이 피로의 원인일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다수의 질병들은 피로를 유발한다. 특히 감기, 간염, 독감 등은 피로를 유발하기로 소문난 질병들이다.
하지만 이런 질병들은 피로보다는 다른 증상들이 더 심하고 급성으로 지나가므로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피로가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심각한 질환들은 갑상선 질환, 당뇨, 빈혈, 심장 질환, 우울증, 자가면역성 질환, 암 등이다.
이때는 자꾸 심해지는 피로가 수주일 이상 계속 지속되며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이 있고 ‘몸무게가 급격히 빠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다’는 등의 각 질환에 특징적인 증상이 동반된다. 그 외 특이한 음식이나 약물도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 복용을 시작한 것이 있다면 피로의 원인으로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이 하는 질문은 자신이 ‘만성 피로 증후군’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드문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보다도 더 희귀한 질환이어서 피로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100명 중 1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봄이 되며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자신의 생활양식을 정비해 보고 최근 심해진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피로를 호소하는데 운동을 하라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평소 활동량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약간의 운동이 몸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10~30분 동안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빨리 걷기를 하루에 두세차례 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신선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일정량을 먹는 것이다. 다이어트 한답시고 불규칙적으로 행한 때우기 식의 식사 습관은 피로의 주요 원인이다.
조 교수는 “몸무게가 급격히 빠지거나 열·숨참 등이 동반되고 피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질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