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망언' NHK경영위원,'독도 프로그램 만들자' 제안

사실상 '우익주장' 방송에 반영 시도…공영방송 중립성 논란 커질 듯
  • 등록 2014-02-09 오후 2:53:37

    수정 2014-02-09 오후 2:53:37

(도쿄=연합뉴스) 난징(南京)대학살을 부정하는 등의 극우적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NHK경영위원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씨가 NHK경영위원회 회의에서 독도, 도쿄재판, 재일 한인 등에 대한 프로그램 제작을 제안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NHK 홈페이지에 따르면 햐쿠타 위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경영위원회 회의에서 “역사적 과제를 포함, 현대 일본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사실을 알리는 방송이 있어도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 문제,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대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과 재일 조선인·한국인에 관한 것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만 가질 뿐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영방송으로서 현재 일본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역사에 관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 있어도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햐쿠타 의원은 자신이 언급한 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기존 발언 등으로 미뤄보면 독도와 센카쿠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주장을 적극 홍보하고, 일본의 전범들을 단죄한 도쿄재판이 부당하다는 인식, 재일 한인에 대한 우익단체들의 주장 등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또 극우인사의 자살을 예찬하며 일왕을 신격화한 글로 물의를 빚은 하세가와 미치코(長谷川三千子) 경영위원은 당시 회의 때 “올바른 국민적 논의를 유도하기 위해 단순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하는 것은 교육이라는 목표에 비춰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햐쿠타 위원이 말한 것은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목표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동조했다.

일본 방송법에 따르면 NHK경영위원은 회장 인선과 사업계획 및 예산 의결 등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개별 프로그램의 편집에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때문에 당시 회의석상에서 다른 위원이 ‘경영위원은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을 하기도 했다.

1월14일 NHK경영위 회의는 ‘군위안부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망언으로 물의를 빚은 모미이 가쓰토(인<米+刃>井勝人) 현 회장이 취임하기 전, 마쓰모토 마사유키(松本正之) 전 회장이 회장 재임 중 마지막으로 참석한 회의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작년 임명한 극우성향의 NHK 위원이 경영위원회에서 프로그램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NHK의 공정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극우성향의 인기작가인 햐쿠타 경영위원은 지난 3일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지원연설을 하면서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에 의한 도쿄 대공습과 원폭 투하를 “비참한 대학살”이라고 규정하고, 일본인 전범을 단죄한 도쿄재판은 “이(대학살)를 지우기 위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군이 중국인 수십만 명을 학살한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기도 했다.

학자출신으로 사이타마(埼玉)대 명예교수인 하세가와 경영위원은 작년 10월 우익인사 노무라 슈스케(野村秋介)의 20주기를 맞아 추도문집에 실은 글에서 노무라 씨가 (자살직전) ‘일왕 번영’을 외쳤을 때 “우리나라의 폐하(일왕)는 다시 현세에 살아있는 신이 됐다”고 적어 파문을 일으켰다.

또 햐쿠타씨와 하세가와씨가 선임에 관여한 모미이 회장은 지난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전쟁지역에는 위안부가 있었으며 독일, 프랑스 등에도 있었다”고 주장해 자질 논란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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