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5大결산)③주택공급 `대흉작`..10년만에 최저

1~10월 22만가구 공급..올해 30만가구 이하
연초 목표대비 50% 이하..98년 이후 최저
내년 주택공급 저조할 듯..2~3년 뒤 집값불안 요인
  • 등록 2008-12-17 오전 9:42:12

    수정 2008-12-17 오전 9:42:12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사례 1. 경기도 평택시 장안동에서 9월 분양할 예정이었던 2000가구 규모의 A건설사 아파트 현장. 견본주택 공사가 마무리 단계지만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10월로 한 번 미뤄진 분양은 다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침체돼 있다고 판단한 A사는 분양을 미룬 채 경기가 회복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례 2. 대형건설사인 B사는 천안 성거읍과 진주 상평동 아파트 계약자에게 위약금을 지불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B사는 공사를 진행하기보다는 돈을 돌려주고 사업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 회사는 올해 1만200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계획대비 80% 수준인 9500가구만 분양했다.

올해 주택건설실적이 정부가 연초에 세웠던 목표의 50% 수준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주택건설업체가 내년도 사업계획조차 세우지 못할 정도로 위축돼 있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공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다.

이처럼 공급이 줄어들면 2~3년 뒤 수급불균형으로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주택공급, 98년 이후 10년만에 최저  

17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10월 주택건설(인허가 기준) 실적은 수도권 11만1051가구, 지방 10만6580가구 등 총 21만7631가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38만3160가구)에 비해 43.2%나 감소한 것이다. 

12월까지 추가로 인·허가를 받을 물량이 남아 있지만 애초 정부가 세웠던 주택건설 목표에는 턱없이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주택건설 목표를 수도권 30만가구, 전국 50만1000가구로 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10월까지 수도권은 37.0%, 전국은 43.4%만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 공급실적이 크게 줄었다. 10월까지 아파트 공급실적은 12만3486가구로 전년 동기(31만7861가구)대비 61.2%나 감소했다. 반면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은 10월까지 9만4145가구가 공급돼 지난해 같은 기간 6만5299가구보다 44.2% 증가했다.

주택건설 실적 부진은 민간보다는 공공부문에서 더 눈에 띈다. 수도권의 경우 정부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에서 각각 15만가구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10월까지는 민간은 9만6604가구, 공공은 1만4447가구에 불과하다. 민간은 올해 목표의 64.4%에 이르고 있는데 비해 공공은 9.6%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주택공급은 수도권의 경우 18만 가구, 전국적으로 30만 가구 이하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90년 이후 최저 공급물량은 1998년 30만6031가구인데 올해 이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주택건설 실적이 목표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은 주택경기 침체가 가장 큰 이유다. 우선 수요자 측면에선 분양가상한제 등의 시행으로 인해 싼값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확산되면서 분양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분양이 확산되고, 주택업체들은 `주택을 지어봤자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서 주택공급이 크게 줄었다. 또 건설사 입장에선 9월부터 시작된 금융위기로 집을 짓기보다는 미분양 처리 등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주택공급이 저조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땅을 확보한 경우에도 집을 짓는 것보다 안 짓는 것이 위험이 덜하기 때문에 신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주택공급 부진..2~3년뒤 불안 요인되나

올해 시작된 주택건설 부진은 내년에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가 밝힌 1~10월 건축허가 현황자료에 따르면 주거용 건축물의 착공 면적은 1280만9324㎡에 불과해 작년 동기(2714만4327㎡)에 비해 52.8%나 줄었다.

주거용 건축물의 착공 면적 감소는 아파트,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등 주택을 짓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우려되는 대목은 이 같은 착공면적 감소세가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올 10월까지 주거용 건축물 허가 면적은 2717만8027㎡로 작년 동기(4788만1321㎡)보다 43.2%나 감소했다. 특히 10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주거용 건축물 허가 면적은 258만7747㎡로 작년 동기(1609만2513㎡)와 비교해 무려 83.9%나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주택업체들은 내년도 공급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원건설(012090)은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서 `상떼빌`을 올해 말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자 내년으로 분양계획을 미뤘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잡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건설(003070) 역시 주택 분양에 대해서는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으며, 벽산건설(002530)은 올해 분양하지 못한 사업장을 내년에 분양한다는 계획만 잡고 있을 뿐이다.

벽산건설이 올해 분양키로 했다가 내년으로 미룬 사업장은 부산 장전동 1669가구(일반분양 1000여가구), 대구 복현동 780가구(분양 190가구), 서울 구로 고척동 339가구(분양 147가구) 등 3곳이다.

중견주택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쯤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대부분 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일단은 '살고 보자'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건축허가가 크게 감소한 대목은 향후 6개월~1년 뒤 지어질 집이 많지 않다는 것으로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2년 연속 수도권 30만 가구, 전국 50만가구의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수급에 차질을 빚어 2~3년 뒤 집값 불안의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주택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민간의 주택건설 부진을 최대한 메워나갈 계획"이라며 "하지만 민간이 주택공급에 나서지 않을 경우 주택공급에는 한계가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택공급은 전국 30만가구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998년 이후 10년만에 역대 최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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