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일본의 칼리 피오리나` 무너지다

노나카 도모요 산요전기 회장 2년만에 사임
`깜짝 인사`..취임초기부터 논란
실적 부진서 구출 실패
  • 등록 2007-03-20 오전 9:34:04

    수정 2007-03-20 오전 9:34:41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오사카의 제너럴일렉트릭(GE)`을 꿈꿨던 산요전기가 사면초가의 어려움에 빠지자 사측은 세습 경영으로 인한 폐해를 막겠다며 외부에서 구원투수를 긴급 투입했다.
 
그러나 방송인 출신으로, 일본 전자업계 최초의 여성 CEO라는 수식어를 달고 `일본의 칼리 피오리나`에 도전했던 산요 여(女) 회장의 꿈은 2년이 채 못돼 무너지고 말았다.

 
▲ 노나카 도모요 회장
노나카 도모요(野中ともよ) 산요전기 회장(52)은 지난 19일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면엔 실적을 부풀린 산요전기의 실적 부진과 함께 부적절한 회계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회사측은 두 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두 이슈가 연계돼 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 증권거래감독위원회(SESC)는 올 초 산요전기의 과거 실적보고에 회계상 오류가 있다며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실적 부풀리기가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산요전기의 부진한 실적이 이의 단초가 될 법도 해 보인다.

노나카 회장은 지난 2005년 `위기의 산요`에 구원투수로 수혈됐지만 가전 가격 급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업부마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엔 휴대폰 및 랩탑 PC용 리튬이온 배터리 리콜도 잦았다.

그가 산요호(號)를 맡은 첫 해인 2005 회계연도 산요전기는 2055억600만엔의 순손실을 기록하기에 이르렀고, 이달 말 결산되는 2006 회계연도에도 산요전기는 500억엔의 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요전기를 수렁에서 끌어내기에 실패한 것이다.

◇위기의 산요전기..`구원투수` 영입

산요전기의 어려움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건 2005년부터. 3월 결산에서 산요전기는 1700억엔대의 대대적인 손실을 기록하면서 창업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하지 못하는 수모까지 겪어야 했다.

물론 마츠시타(松下)를 제외하곤 일본 전자업계가 거의 생존 위협을 당할 만큼 어려운 시기였다.

경제잡지 `닛케이 비즈니스`는 산요전기에 2.1년의 시한부를 선고하기도 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로부터 받는 신용등급은 투기등급까지 떨어지며 산요전기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렸다.

산요전기는 그러나 그해 4월 깜짝 인사 단행으로 위기 탈출을 도모하고 나섰다. 바로 사외이사였던 유명 여성 아나운서(일본에선 TV 캐스터로 불림) 출신의 노나카 도모요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히기로 한 것이다.

창업 가문의 세습 경영으로 인한 폐해를 막아보자는 특단의 조치였다. 그러나 너무도 파격적인 인사였기에 일본 언론과 업계에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여성 CEO는 극히 적은 환경. 게다가 50대에 막 들어선 젊은 여성이었고, 업계 경험도 거의 없는 언론계 출신 인사를 전자업계 수장(首將)에 둔다는 것은 전무후무했고, 이를 두고 이러쿵 저러쿵 뒷말이 오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산요전기가 두터운 가문 경영의 빗장을 푼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라며, 보수적인 일본 재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제기됐었다.

◇방송인 출신..업계 경험 전무해 초기부터 `논란`,


1977년 일본 조오치 대학교 신문학과를 졸업한 노나카 회장은 NHK에 입사, `해외 위클리` 등을 진행했고, 찰스 영국 황태자와 고(故)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결혼식을 영국 BBC로부터 생중계하는 등 방송인으로서 이름을 날렸다.
 
90년대 들어선 민영 도쿄TV 계열의 월드 비즈니스 새틀라이트의 메인 캐스터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아사히 맥주와 산요전기 사외이사를 역임했을 뿐, 업계 경험은 전무했다.

노나카 회장은 여러 억측에도 불구,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1조2000억엔에 이르는 빚더미에서 산요를 구출하기 위해 핵심사업만 남기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USA투데이는 노나카 회장을 비롯해 일본의 여성 CEO들의 활약을 다루며 이것이 일본 기업 문화에 활력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부에선 과감한 경영에 나서는 그를 두고 휴렛패커드(HP)를 이끌었던 정보기술(IT) 업계 여장부 칼리 피오리나의 일본판(板)으로 평가하고자 했다. 하지만 산요전기의 부실의 골은 깊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재임기간 동안 공(功)을 세우지 못하고 중도낙마한 패장으로 퇴임하게 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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