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는 최근 "아직은 아니지만 멀지 않았다(Not Yet, But Close!)"라는 한국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시장에서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1)선행지표의 바닥권 도달과 2)채권수익률곡선(yield curve)이 가파르게 되는 과정이 선행돼야한다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이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종합주가지수는 600~650을 넘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edaily에 게재된 기사에서 그래프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라틴아메리카처럼 IMF 자금지원이후 3년차 신드롬을 통과하고 있다. 한국은 너무 빨리 V자형 회복을 맛봤으며 주식시장은 상승 모멘텀을 잃었다.
신용경색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통해 은행권에 묻혀있는 유동성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나올 때만 해결될 것이다.
메릴린치의 미국 경제팀은 31일 Fed가 금리를 50bp 인하하고 2분기중에 추가적으로 50bp를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일단 한국시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 세계 경제 사이클에 민감한 시장이다. 메릴린치의 민감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러시아, 대만에 이어 세계3위의 민감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머징마켓에 있어서 미국의 금리인하는 호재이나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수익률 곡선(Yield Curve)과 선행지표(Leading Indicators)의 변화다
이머징마켓과 G3(미국, 일본, 독일)의 수익률 곡선은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로부터 이머징마켓과 세계 경제 사이클 사이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모델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한국은 오후6시쯤에 위치해 있으며 주식시장은 점차 상승 기조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즉 채권수익률이 떨어지고(오후4시) 중앙은행이 통화완화를 시작한 이후(오후6시) 채권수익률이 다시 가파르게 되고(오후7시) 선행지표가 바닥권을 벗어나는(오후9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이머징마켓 펀드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는 이른감이 있다. 채권수익률이 가파르게 변하고 선행지표가 바닥을 통과하는 과정이 선행돼야한다.
◇선행지표는 여전히 하락중
미국 금리인하가 호재이긴 하지만 거시경제 모멘텀이 바뀌지 않는 한 주가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 89년, 95년, 98년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을 보면 종합주가지수는 98년에만 초과수익률을 유지했다.
98년의 경우 미국이 금리를 첫번째 낮췄을 때 이미 한국의 선행지표는 바닥을 쳤다. 95년에는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지속되지 못했다. 89년에는 증시가 개방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은 선행지표가 아직도 하강중이고 국제유가도 높아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이다. 거시경제 상황이 기업수익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어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지속될 것인지 의문이다.
한국경제가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가 포착되지 않는 한 금리인하 효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95년의 경우처럼 미국 금리인하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채권수익률이 가파르게 돼야
주식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채권수익률이 가파르게 변해야한다. 현재 채권수익률은 장단기물이 역전돼 있으며 위험선호도(risk appetite)는 여전히 낮다.
한국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꺼리는 사이 장기금리는 더욱 떨어졌고 수익률 곡선은 평평해졌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낮춰 수익률 곡선을 정상화시키고 곡선 자체를 가파르게 만들어야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금자 수익률곡선(depositor"s yield curve)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국고3년, 국고1년 수익률보다 높다. 이같은 상황에서 위험선호(주식투자와 같은)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은행들은 무역흑자와 투신권으로부터 이동된 자금으로 예금이 풍부하지만 은행합병 등을 고려해 수신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수신금리가 너무 높다. 은행들은 합병 때문에 수신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지 못해왔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은 대출과 자금조달에서 기준을 세울 것이다.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하는 빠르게 확산돼 위험자산에 대한 매력도를 높여갈 것이다. 국민-주택 합병까지는 3개월이 소요되지만 합병은행은 자금이동의 정상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종합주가지수는 3년물 회사채와 1년 정기예금 금리 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로볼 때 예금금리가 80~100bp 떨어지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예금자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통화재평창?(Reflation?)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는 은행권에 모여있는 자금을 자본시장으로의 이동시킬 것이다.
1월 금통위는 콜금리를 5.25%로 유지했다. 이는 1)금융시스템 이상으로 콜금리 인하가 기업으로의 자금이동을 촉진할 수 없고 2)구조조정에 집중해야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이르다고 판단했으며 3)환율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를 자극할 것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콜금리 유지는 통화정책의 한계를 인식한 것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외환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여하튼 콜금리를 낮출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 금리인하가 한국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에는 경제 환경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수익률 곡선이 정상화되면서 가파르게 변하고 선행지표가 바닥에 도달해야 랠리가 이어질 것이다.
과거 경험으로부터 미국 금리인하 이후 1분기가 지나야 성장이 가속됐다.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금리인하가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상승해 미국금리가 다시 인상되는 시점까지 지속됐다.
앞서 제시한 모델 사이클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 경기순환을 고려할 때 자동차나 조선 등 구경제 기업들을 선호한다. 삼성SDI 삼성전기, LG전선, 한국전기초자 등도 추천한다. 경기방어주에 대한 비중을 줄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