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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관련 시장전문가 등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주식 중에서도 성장주 같은 경우는 변동성이 훨씬 크다”며 “가령 변동성이 적은 곳에 투자해서 번 100만원과, 리스크를 감수해서 투자한 100만원에 똑같이 과세를 한다면 위험자본에 대한 투자보다는 회수가 확실시되는 투자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 하에 주식과 채권, 펀드 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 금투세 도입 취지이지만 투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금투세 유예는 비겁하다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2020년 도입을 유예할 경우 어떤 부분을 검토하고 2024년에 어떤 것을 보완할지에 대해 국회 등에서 더 고민이 있었다면 지금 와서는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지금 곤란하고 지금 시끄러우니까 유예하자는 입장은 행정가 등 책임지는 입장에서 좀 더 노력해야 하지 않았을까 해서 강한 표현을 쓴 것”이라고 했다.
“증시 자금 유출·연말정산 환급금 감소 우려”
금투세 도입 시 국내증시 투자자금이 해외주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 원장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해외주식으로 쏠림이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를 촉발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손실을 인식해야 세금을 안 내게 되는 상황이다 보니, 펀드 같은 경우는 만기 보유를 하거나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것들도 단기에 처분하게 만드는 요소가 크다”고 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연말정산 환급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100만원 이상 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기본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은 최초 제도 설계 시 깊이 고민은 안 된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기본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사람들이 수십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증권사 분석이 있었다. 공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수치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사모펀드가 금투세 도입 배후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과도한 불안 조성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모펀드는 기존 최고 세율이 49.5%이지만 금투세를 도입하면 27.5%가 적용되는 등 절반으로 깎아 준다는 주장이다. 이 원장은 “사모운용 중에서도 해외주식을 많이 하는 경우에는 금투세를 도입할 시 해외 포트폴리오가 늘어날 것이라 얘기하는 분도 있다”면서도 “확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과도한 심리적 불안 조성은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