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원시 인류가 생존하는 데 동물의 고기는 필수적이었다. 문제는 얻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날쌔서 잡기가 쉽지 않고, 사나워서 잡다가 부상하기 일쑤였다. 계절이나 장소에 따라서는 사냥 자체를 못 했다. 죽은 고기를 얻는 건 요행이다. 민물이나 바다에 사는 생선은 원시 인류에게는 먼 나라 얘기였다. 잡는 방법(낚시나 그물질)과 양식은 고기를 얻는 사냥보다 한층 고차원이다.
가축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했다. 잡은 야생 동물을 죽이지 않고 길들여 편으로 만든 것이다. 이로써 인류가 문명을 이루는 데 주춧돌이 됐다. 사냥하려고 유랑할 필요가 없어 정착을 시작했다. 수렵과 채집을 그만두고 경작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가축의 노동력은 요긴했다.
넘치는 노동력 덕에 잉여 생산물을 쌓이면서 사유 재산 개념이 자리했다. 재산을 지키려면 위계와 질서가 필요했다. 그러려면 문자가 필요했다. 문자는 인류 문명의 꽃이다. 문명사회에서 사냥은 (일부를 제외한) 인류의 생존과 연관이 옅어져 갔다.
사냥이 문명사회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되레 생존 탓이다.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는 외국인 사냥꾼에게 국경을 열기 시작했다. 제조와 무역으로 경제를 일으키지 여의찮은 곤궁함을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다.
| 보츠와나 사냥 관광으로 얻은 야생동물 고기.(사진=세계은행) |
|
남아프리카에 있는 빈국 보츠와나는 2017년 관광 산업으로 국내 총생산(GDP)의 11.5%에 해당하는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관광 산업 종사자는 2만 6000명, 간접적인 종사자까지 합하면 7만 6000명이 관광으로 먹고산다. 나라 전체 고용의 7.6%에 해당한다. 이곳에서의 관광은 사냥을 동반했다. 인간은 사냥한 야생 동물에서 가죽과 고기를 전유물로 챙겼다.
생존을 위협받은 야생 동물은 고기(Bush meat·부시 미트)를 통해 인류를 반격했다. 야생 동물은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돼 보균하고 있기 십상이다. 가축처럼 전염병 예방주사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익혀 먹더라도 전염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현실화하면 치명적이다. 서아프리카를 2014년 강타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원숭이와 박쥐 고기에서 유래한 것은 상기할 만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야생의 침팬지가 인간에게 옮긴 것이다.
야생 동물 고기의 생산·유통·소비는 세계 각국에서 민감한 문제다. 동물 보호를 떠나 보건 주권과 연관돼 있다. 미국은 모든 야생 동물 고기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다. 적발하면 즉시 폐기하고 벌금 25만 달러를 부과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야생동물 고기는 먹지도 다루지도 말고 가족과 친구에게도 멀리하라고 말하라`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