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은 2015년 5월 1일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예하에 의무후송항공대를 신설했다. 인명 구조를 위한 초기 시간을 의미하는 ‘골든타임’(Golden Time) 확보를 위한 부대로 전방지역 응급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의료기관으로 후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의무후송항공대는 그 시급성 때문에 부대 창설이 당초 계획보다 3년이나 앞당겨졌다.
부대가 빨리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의 전력화 덕분이다. 의무후송항공대는 ’메디온‘(Medeon) 부대로 불린다. 이는 의무(Medical)와 후송(Evacuation), 수리온(Surion)의 합성어다. 수리온은 ‘한국형다목적헬기(KMH)’ 프로젝트로 탄생한 헬기로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 개발을 주도했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우리 군에 실전배치 돼 노후화 한 UH-1H 기동헬기 등을 대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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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후송항공대 창설 이전에는 UH-60(블랙호크) 헬기 운용부대인 603대대에서 의무후송 임무를 담당했다. 전술공수작전을 주로 하는 전투 부대에서 응급환자 후송 임무를 같이 수행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장비의 제약으로 후송 임무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수리온 기반의 의무후송항공대가 신설돼 응급환자 후송 시스템이 크게 개선됐다. 의무후송항공대의 수리온 헬기에는 인공호흡기, 심실제세동기 등 응급처치 키트(EMS KIT)가 탑재돼 있으며 환자 인양 장치인 ’호이스트‘(Hoist)가 설치 돼 있다. 수리온 의무후송 헬기의 대당 가격은 240억원 정도다.
수리온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방식의 최신 헬기다. 조종석 계기가 내비게이션과 같은 디지털 판넬로 돼 있다. 이 판넬은 화면을 4분할 해 조종사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통합전자지도(IDMC)와 전방관측 적외선장비(FLIR) 화면 등을 보여준다.
특히 수리온은 자동비행시스템(AFCS)과 항법보조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목표지점을 미리 정해놓으면 이륙 후 해당 지역까지 별도의 조작없이 알아서 비행한다. 이 때문에 육안으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이나 악천후의 기상조건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실제로 비행 가능 기상조건이 기존에는 최소 2마일 이상 시야가 확보돼야 했지만 수리온헬기 도입으로 1.5마일(약 2.4km)까지 줄었다. 또한 구름이 낮게 깔려도 작전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지상에서 구름 밑부분까지의 고도가 1500ft(450m)만 되도 작전이 불가능했지만 현재는 구름 높이가 1000ft(약 300m)로 낮아져도 비행이 가능하다. 헬기는 구름 속에서는 운항이 불가능하다.
수리온 덕분에 의무후송항공대는 부대 창설 이후 11월 말 현재까지 시각 비행이 아닌 계기 의존 비행으로 주간 5회, 야간 2회 임무를 수행했다. 기존 헬기로는 운항이 어려운 악천후에서도 13회나 출동해 응급환자의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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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은 자동 제자리비행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4축(상·하·좌·우) 자동비행조종장치와 디지털 동력조절장치 덕분이다. 이 때문에 고난도 정밀 화물 공수작전이 가능하다.
의무후송헬기 수리온은 자동 제자리비행 기능을 이용해 호이스트 임무를 수행한다. 호이스트는 도르래 방식으로 환자를 끌어 올리는 장치로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곳의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한 것이다.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정지된 상태로 비행을 하며 환자를 충격 없이 끌어올리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조종사 뿐만 아니라 조작사와 구조사가 한 팀이 돼 훈련을 반복하며 작전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수리온 헬기에는 조종사 2명과 군의관, 구조사, 승무원, 조작사 등 총 6명이 탑승한다.
수리온이 자동 제자리 비행 기능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산 속이나 바다에서의 작전은 강풍을 동반하기 때문에 조종사는 제자리 비행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또 환자를 구조하는 과정을 플리어(Flir)라고 하는 계기 화면을 통해 모니터링 하며 구조사와 조작사를 보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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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후송항공대는 현재 총 6대의 수리온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정비 및 교육훈련용 헬기를 제외한 3대는 각각 용인, 양구, 포천에 배치돼 24시간 임무 수행 대기태세를 유지한다. 헬기를 나눠 배치한 건 전방부대 상황 발생시 1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항공의무후송 골든타임 내 거리는 반경 50km다. 상황접수 부터 헬기 이륙까지 평균 소요시간은 15분, 이동시간은 평균 13.5분으로 30분 이내에 응급 환자를 후송하고 있다. 의무후송항공대는 부대 창설 이후 11월 말까지 총 152회 출동해 157명의 응급환자를 후송했다.
이중 뇌출혈, 심장계통, 외상 등 전체의 68%가 생명이 위중한 환자였다. 지난 해 8월 발생한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당시 큰 부상을 입었던 김정원·하재헌 중사 역시 의무후송항공대의 도움을 받았다.
박정윤 의무후송항공대대장(중령·3사32기)은 “강원도 지역 상황 발생시 양구와 포천에 있는 헬기가 동시에 시동을 걸고 용인에서도 실시간 기상정보 및 공역승인 정보 제공 등의 임무 요원들이 움직인다. 심야나 새벽 시간에도 한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21~24명의 의무후송항공요원들이 눈을 뜨고 있다”면서 “나의 일가족을 구한다는 각오로 완벽한 의무후송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의무후송항공대는 수리온 헬기를 개조한 의무후송 전용헬기 8대를 보유할 예정이다. 전용헬기는 외장형 호이스트를 설치하고 전자동식 들것과 응급처치 키트 등을 내장하고 있으며 간단한 시술까지 할 수 있다.
중환자의 경우 최대 2명, 경환자는 최대 6명까지 동시 후송한다. 전용헬기는 1시간 추가비행이 가능한 보조연료 탱크도 장착하고 있어 서해 도서지역 등 환자가 발생한 지역 어디에서든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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