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사용설명서'

현장구매보다 사전예약제 이용해 볼만
서도호·최우람·필립 비슬리·리밍웨이는 챙겨야
사진찍기 좋은 6개 마당 투어
방문 전 온라인 미술관으로 맛보기
  • 등록 2013-11-15 오전 9:27:25

    수정 2013-11-15 오전 9:27:2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1,2전시실에서는 ‘자이트가이스트: 시대정신’전이 열리고 있다. 정영목 서울대 교수의 기획으로 엄선된 39명 작가, 59점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사진=김용관 작가, 국립현대미술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13일 드디어 관람객들에게 문을 개방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 53번가에 있는 뉴욕현대미술관처럼,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위치한 테이트 모던갤러리처럼 우리도 서울 한복판 광화문 바로 옆에 한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할 만한 컨템포러리 뮤지엄을 갖게 됐다. 서울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터를 바탕으로 해 크기부터가 엄청나다. 부지 면적으론 본관인 과천관의 40% 정도이지만 지상 3층, 지하 3층으로 된 건물 연면적은 5만 2125㎡(약 1만 5767평)로 오히려 과천관보다 1.5배 정도 넓다. 축구장으로 치면 7개 정도 크기다. 따라서 ‘연결-전개’ 전 등 5개 주제전을 대강 훑어보는 데만도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야외마당이나 주변 산책, 따뜻한 차 한 잔이나 식사까지 한다면 하루종일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도 모자랄 듯하다. 여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사용설명서를 준비했다.

△사전 예약은 필수

서울관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유지하기 이달 말까지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시범 운영한다. 1회차(1시간)당 제한인원을 500명으로 잡고 사전예약과 현장판매를 반반씩 운영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www.mmca.go.kr)에 들어가면 예약창이 팝업으로 뜬다.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프로그램별 티켓 선택창으로 넘어간다. 5개 주제전을 두루 볼 수 있는 서울관 통합권(7000원)을 클릭한 후 관람을 원하는 날짜와 회차를 선택하고 결제하면 된다.

관람시에는 안내데스크나 디지털 디바이스, 도슨트 등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최아영 전문 해설사는 “도슨트 외에도 하루 5회 정도 전문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한 번에 약 25명씩 선착순 모집으로 이뤄지며 주요 작품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관에서 과천관이나 덕수궁관으로 이동하려면 하루 네 차례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편리하다.

서도호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사진=국립현대미술관)
△꼭 봐야 할 작가·작품

전시장이 워낙 넓어서 넋을 놓고 걷다 보면 길을 헤매기 일쑤다. 이번 개관전으로 준비된 ‘연결-전개’ ‘알레프 프로젝트’ ‘자이트가이스트’ ‘현장제작 설치 프로젝트’ ‘미술관의 탄생’ 등 5개 주제전에는 작가가 70여명이나 되는 데다 작품 수도 무려 120여점에 달해 놓쳐서는 안 될 것을 우선 ‘찜’해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두 차례 현장답사 결과,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오래 붙들었던 작가는 대략 4명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다. 푸른 빛을 띠는 투명 천으로 만든 설치물이다. 전통 한옥을 양옥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집이 집을 품으면 결국 미술관과 서울까지 확장된다는 뜻이란다. 의미보단 천으로 표현한 세공력에 놀라게 된다. 한옥지붕, 현관의 조명을 표현한 솜씨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최우람의 거대한 설치물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도 대단하다.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전자기기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마치 애벌레 같다. 천장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움직이는 걸로 치면 필립 비슬리의 ‘착생식물원’도 빼놓을 수 없다. 플라스틱과 유리, 금속 등의 소재를 정밀하게 연결한 설치물이다. 생긴 게 마치 인간의 신경세포 같다. 마이크로 센서가 부착돼 있어 관람객의 손길이 닿으면 움직이거나 빛을 발한다. 지키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건 꼭 만져봐야 한다.

리밍웨이의 ‘움직이는 정원’은 너무 늦게 가면 자칫 감상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생화를 이용한 설치물인데 작가가 이 꽃을 관람객들에게 수시로 나눠주기 때문이다. 13일 오후 방문했을 때에도 이미 정원에는 꽃이 하나도 없었다. 전시실 담당자는 “하루에 생화 120송이를 세 차례 공급하는데 오늘은 벌써 바닥이 나서 시간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람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사진=국립현대미술관)
△8개 전시실 사이마다 테마 잔디마당

전시장 내부도 훌륭하지만 밖에서도 꼭 시간을 보내봐야 한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에서 의외의 멋과 베스트 촬영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 8개의 전시실 사이사이에는 모두 6개의 마당이 있다. 가장 특이한 마당은 ‘전시마당’이다. 지하 1층 전시실 한복판에 있다. 영화관과 멀티프로젝트홀을 연결하는 장소다. 지하 전시장에 자연광을 공급하기 위해 조성한 곳인데 잔디가 깔려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휴식이 가능하다. 전시장 유리로 보면 그냥 하나의 캔버스 속 풍경 같다.

‘종친부 마당’은 2층 종친부 유적 앞의 공간이다. 종친부를 배경으로 혹은 양옆의 전시장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쬘 때가 특히 아늑하고 아름답다. ‘미술관 마당’은 1층 입구 앞에 있는 중심 장소다. 전시·공연·모임 등 성격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변경 가능하다. 이밖에 삼청동길에서 미술관을 가장 처음 만나는 장소인 ‘열린 마당’, 북촌길에서 진입하다가 접하게 되는 ‘도서관 마당’, 경복궁 쪽으로 향해 있는 ‘경복궁 마당’도 산책과 촬영하기에 그만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건물 사이사이에는 산책하기에 좋은 마당들이 6개나 펼쳐져 있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미술관으로 미리 맛보기

아직 전시장을 방문할 기회를 못 잡고 있다면 우선 아쉬운 대로 온라인 미술관을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관은 네이버와 협력해서 온라인 미술관을 운영 중이다. 먼저 ‘미술관의 탄생’ 전과 ‘연결-전개’ 전을 서비스하고 있다. ‘미술관의 탄생’ 전은 3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서울관 건립의 과정을 소개하고, ‘연결-전개’ 전은 킴 존스, 스가 키시오 등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나머지 3개 주제전도 순차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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