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약탈자에서 구원투수로' 넬슨 펠츠

부진한 기업에 자사주매입 등 해결책 제시
적대적 방법 동원보다 지배구조 변화 도모
  • 등록 2012-08-02 오전 9:30:00

    수정 2012-08-02 오전 9:30:00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시계 제조업체 잉거솔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4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매입은 증시에 유통 물량을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를 내는데, 잉거솔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는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했던 넬슨 펠츠다. 펠츠가 이끄는 트라이언 펀드매니지먼트는 지난 5월 잉거솔 지분 7%를 인수한 이후 회사 경영진에게 자사주 매입을 제안한 바 있다. 약발이 먹혔는지 현재 잉거솔 주가는 저점이었던 작년 9월에서 40% 이상 뛰었다.

넬슨 펠츠
펠츠는 잉거솔에 자사주 매입 외에도 회사 경영과 금융 및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에 대해 마이클 라마치 잉거솔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포괄적인 분석으로 회사 내외에서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환영했다.

한때 무자비한 약탈자나 투기꾼으로 비난받았던 펠츠에 대한 현재 평가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월가의 대표적인 정크본드 투자자이자 사기꾼으로 통하는 마이클 밀켄에게 투자 수업을 받았던 인물. 지난 1980년대 칼 아이칸, 커크 커코리안과 함께 적대적인 방법을 동원하며 기업을 사냥해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06년 토마토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를 압박해 케첩 사업부를 분리시키고 이사회 의석을 확보했으며, 2008년에는 미국 3위 패스트푸드 체인점 웬디스를 공격해 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대적인 방법을 동원하기보다 문닫기 전의 회사를 소생시키는 구원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가 손을 대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등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펠츠의 트라이언 펀드가 지난달 지분 4.27%를 사들인 인터콘티넨탈 호텔 주가는 올들어 최근까지 30% 이상 급등했고,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도 트라이언이 지난달 5.1%의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펠츠 같은 ‘행동주의 주주’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보다는 주로 이사 선임이나 분사,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며 해당 기업 지배구조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저평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복잡한 금융 기법을 사용해 공격하는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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