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쪽방촌에 거처를 마련했던 노숙인들은 하루아침에 수입이 막히면서 또 다시 길거리에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33년 동안의 서울역 생활을 뒤로 하고 1년 전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에 거처를 구한 노숙인 임모(54) 씨는 당장 이달치 방세 14만원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달에 보름 동안 서울역 역사와 광장 등을 청소하고 39만1천원을 손에 쥘 수 있었던 유일한 밥벌이가 하루아침에 없어진 탓이다. 더구나 갑작스런 중풍 증세로 오른팔의 움직임이 영 부자연스럽고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황.
임씨는 "몸이 좋을 때는 '노가다(막노동)' 도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나이도 들고 몸도 불편해서 다른 일은 엄두도 못 낸다"며 "지금까지 청소일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정말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시, 예산부족 이유로 지원대상 500명→ 242명 '싹뚝'
임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노숙인의 수는 대략 250명 정도. 모두 서울시의 '특별자활근로사업'의 지원을 받던 노숙인들이다.
노숙인들은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해 벌어들인 월 30만원대의 소득으로 거리를 벗어나 쪽방과 고시원 등에 정착하면서 사회 적응을 준비하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특별자활근로사업을 통해 매달 적게는 595명에서 많게는 791명의 노숙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도 달마다 최소 451명(지난 4월) 이상의 노숙인을 지원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달 들어 특별자활근로사업 지원 대상을 500명 선에서 갑자기 절반 이하인 242명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그러나 500명가량의 노숙인들이 목을 매고 있는 서울시의 해명치고는 어이없는 변명이다.
◈ "일자리 잃은 노숙인에겐 무자비한 처사"
어찌됐건 서울시의 이 같은 구멍가게식 예산운용으로 250명의 노숙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됐다.
한 노숙인 상담보호센터 관계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숙인들이 미처 얘기도 듣지 못하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절박한 생계 위협을 받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상담보호센터 관계자도 "몇 달 동안 돈을 모아서 보증금을 만들고 쪽방이라도 구해보겠다던 노숙인 아저씨들이 절망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서울시 전체적으로 급하지 않은 예산 지출을 줄이는 건 좋은데 당장 일자리가 없어진 노숙인들에게는 너무 무자비한 처사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울시가 노숙인 250명의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은 월 1억원인데 반해 서울시의 1년 예산은 21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