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광수경제연구소(이하 김광수 연구소)는 지난 2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가용 외환보유액 이미 바닥났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근 환율 급등이 재연되고 있음에도, 당국이 지난해와 달리 적극적으로 외환 방어를 못하고 있는 것이 `가용 외환보유액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
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과 관련해 부분적으로 나타난 일부 수치상 변화를 일방적으로 부풀린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운용 과정에서 발행한 부분적인 흐름을 전체적인 맥락으로 확대해석한 `구성의 오류`라는 주장이다.
◇ 한국, 美중장기 국채 매도중..돈 떨어졌다는 증거
이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중장기 국채뿐만 공채, 회사채 등 거의 모든 증권에 걸쳐 247억달러 가량을 순매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은행권의 단기 외채 상환 압력이 높아졌을 때 한국은행은 우선적으로 1년미만의 단기외화자산을 매각해 부족한 달러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고, 마지막으로 그것도 어려워졌을 경우 중장기 외화자산을 매각해 달러를 공급한다. 때문에 보고서는 한은이 중장기 증권을 순매도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안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수 연구소는 "거액의 투자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한국의 외환사정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며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바닥이나 중장기 외화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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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채 대부분이 중장기채권..위기상황 반영하는 것 아냐"
작년 한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외환보유액 가운데 미국채와 정부보증채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64.8%. 이 중 대부분이 만기 1년 이상 중장기 채권이라는 게 한은측의 설명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중장기 국채라고 하면 만기 1년 이상의 국채를 일컫는다"며 "외환보유액에서 1년 미만 단기외화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장기 채권이 대부분이므로 외환보유고를 헐어서 쓰려면 당연히 중장기채권을 팔 수 밖에 없다는 논리. 단기채권을 먼저팔고 단기채권이 부족할 때 중장기채권을 판다는 김광수 연구소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는 "외환보유액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보유 비중이 높은 중장기 국채의 매도분이 크게 나타났을 개연성이 있다"며 "연구소측 주장과 같이 이를 외환사정과 결부해 볼 수 없는 성질"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수연구소가 제시한 미 국채 등의 유가증권 감소분은 지난해 650억달러 가량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감소분 중 일부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정책을 공박하는 근거로 외환보유액을 사용하다 보니 다소 과잉된 주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